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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석 황금연휴에 학원가는 ‘황금특수’
단기·숙식결합패키지 특강 홍수
1주일에 100만원대 고액 강좌도
학부모 “귀향·여행은 그림의 떡”


정부가 다음달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이달 30일부터 한글날인 다음달 9일까지 이어지는 소위 ‘황금연휴’가 완성됐다. 이 시간을 활용해 가족ㆍ친지들과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도 많다. 올 추석 연휴 출국자는 지난해 46만명의 2배가 넘는 110만명을 돌파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황금연휴를 맞이하는 학원가와 학생, 학부모들의 상황은 일반인들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르다. 학원가에선 앞다퉈 주요 과목에 대한 특강을 개설해 수업을 진행하고, 학생ㆍ학부모들 역시 황금연휴를 반납하고 그동안 부족했던 과목에 대한 공부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숙식 결합형 패키지 특강도=황금연휴를 열흘정도 앞둔 21일 본지 기자가 서울 주요 학원가를 취재해 본 결과 대다수 학원들은 해당 기간을 맞아 단기특강 등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 [헤럴드경제DB]

특히, 입시를 코 앞에 둔 고등학교 3학년은 물론 고교 1ㆍ2학년,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국어ㆍ수학ㆍ영어 수업과 경시대회 준비반, 논술 대비 강좌 등이 즐비하다.

서울 대치동 A 영어학원은 고등학생이 대상으로 8일간 하루 5시간 수업이 진행되는 영단어특강에 72만원의 학원비를 책정했다.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B 수학학원은 추석 당일을 제외하고 하루 2시간30분간 수업을 진행해 50만원을 받고, C 수학학원은 4회 완성 고3 EBS 수능특강 수업을 진행하는데 20만원을 학원비로 정했다.

일주일 특강에 수강료 100만원이 넘는 곳도 있다. 황금연휴 특강을 들으러 지방에서 올라오는 학생들을 위해 호텔 숙박과 학원 강의를 ‘패키지’로 묶은 프로그램도 있다. 서울 대치동 D 종합학원은 수업료(72만원)와 호텔숙식비(80만원)를 비롯해 사회ㆍ과학탐구, 논술 프로그램 등이 포함된 패키지 상품을 약 200만원에 제공하기도 했다.

학원가에선 황금연휴 학부모들의 불안 심리를 조장하는 경우도 있다. 각 학원에서 뿌린 전단지의 문구 가운데선 ‘학생간의 경쟁을 부추기는 내용도 있다.

서울 노원구 학원 관계자는 “황금연휴라고 학원도 단기 방학에 들어가는 건 자살행위”라며 “아이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는 학부모들의 반발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이고, 자칫 외면을 받아 문을 닫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교육부와 서울특별시교육청은 이날부터 다음달 30일까지 서울지역을 대상으로 선행학습 유발 광고 및 대형 입시업체의 불안 마케팅에 대해 특별점검에 나선다.

▶추석날 빼곤 매일 수업…가족여행은 그림의 떡=학생과 학부모들의 황금연휴 역시 가족여행을 가거나 휴식을 취하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서울 용산구에 사는 직장인 이용수(51) 씨는 청주 고향집만 다녀올 뿐 나머지는 집에 머물 계획이다. 고 2 딸 아이의 학원 일정 때문이다. 학원 3군데를 다니는 이 씨 딸의 경우 모든 학원이 정상수업이다. 이 씨는 “딸의 2학기 중간고사가 추석연휴 직후로 정해졌다 보니 추석기간 내내 시험을 준비하는 딸에 가족이 일정을 맞춰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고교 3학년이나 재수생처럼 수능이 불과 두 달 앞으로 다가온 학생들의 경우엔 황금연휴가 더 절박하다. 경북 안동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는 김모(18) 군은 “연휴 기간을 이용해 서울에 위치한 삼촌 댁에 머물며 강남 대치동 학원에서 진행하는 ‘논술특강’과 ‘수능 완성 강의’를 듣는다”며 “지방에서 제대로 공부하기 어렵다보니 이번 황금연휴를 이용해 올라왔다. 이런 방식으로 집중 특강을 받았던 선배들이 효과를 봤다는 말을 듣고 하게된 것”이라고 했다.

다만, 연휴 기간이면 빽빽한 학원 스케줄로 더 힘들어진다고 호소하는 학생들도 많다.

서울 노원구의 학원가 은행사거리에서 만난 고교 2학년생 김모(16) 군은 “황금연휴에 어디 놀러가는건 초등학생들처럼 입시에 부담이 없는 저학년이나 가능한 것”이라며 “다니던 학원에서 특강이 있으면 듣지 않을 수 없고, 빠지고 싶어도 ‘공부는 언제하냐’는 부모님의 압박까지 생각한다면 학원으로 향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동윤·김유진 기자/realbigh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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