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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콜센터 진상고객은 왜 생겨나는가
[헤럴드경제=박수현 인턴기자] 얼마 전 고객의 지속적인 폭언과 욕설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콜센터 직원이 실신하는 사건이 일어나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사건은 안하무인 행동을 한 고객의 구속으로 일단락 되었고 감정노동자들의 인권 문제가 또 한번 재조명됐다.

서울노동권익센터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67.9%의 노동자들이 업무 중 폭언, 폭행, 모욕 등 감정노동으로 인한 고통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작지않은 수치다. 진상고객이 어떻게 양산되는지 표면적으로나마 짚어봤다.


▶무의식 속 계급 심리의 표출=“이딴 거 너나 먹어”, “표정이 왜 그모양이야”, “니 까짓게 뭔데 이래라 저래라야?”…

한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는 A 씨는 이런 말들을 예사로 들어 왔다. 그는 “서빙하는 사람을 아랫사람 취급하고 막대해도 된다고 여기는 손님들이 종종있다”며 “반말은 물론 은연중에 무시하는 말투로 이야기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경험을 털어놨다.

대한민국 역사를 보면 신분제가 확실한 국가로 해방 이후까지 오랜 세월동안 계급사회로 이뤄져 있었다. 1920~1930년대 봉건적 계급차별의식이 무너지기 시작했으니 100년도 채 되지 않았다. 현대사회에 태어났다고 해도 이런 역사가 있다보니 무의식속에 자신의 계급적인 서열을 정해 모르게 표출한 행위로도 유추해 볼 수 있다.

이런 우월적 심리는 그 자체로 멈추지 않고 단순히 무례한 행위에서 나아가 갑질 등 더욱 심한 행동을 초래하기도 한다.

▶존재의 상실감에서 비롯된 분노=‘너, 나 무시하지?’

땅콩 회항사건과 부천의 H 백화점에서 주차요원 폭언ㆍ폭행사건 사건 등을 통해서 소위 갑질 행위의 실체가 여실히 드러났고, 공분을 일으켰다.

하지만 주변의 손가락질과 따가운 질책에도 불구하고 그들 ‘갑질 주체’는 자신의 행동을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행사라고 생각하지 갑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누군가 멈춰 세우기 전까지 갑질이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

사회학자들은 한국 사람은 관계성과 주체성이라는 특성이 있다고 말한다. 어떤 역할을 수행하느냐는 공식적 역할관계보다 나와의 관계에서 나를 어떻게 대하는지 더욱 중요하게 인식한다. 자신의 존재감을 인정받아야 하며, 이걸 충분히 인정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면 ‘내가 누군지 알아?’를 외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외침은 결국 존재감이 약한 사람이 존재감과 관련해 위협을 받을 때 나온다. 갑질을 통해 그 관계를 갑을관계로 규정하고 상대로부터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려고 한다.

▶서비스업종을 스트레스 해소 대상으로 착각=한 요식업 종사자는 “진상고객중 다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장을 스트레스 해소의 장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비스하는 곳이면 자신의 요구사항을 어떠한 저항도 없이 들어준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화나 방문을 통해 말도 안되는 꼬투리를 잡아 말도 안되는 요구를 하고 불만을 표출한다.

또한, 사회활동으로 인한 가족간의 대화 단절도 예가 된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라는 마음에 옳지 못한 방법이지만 일부러 시비 아닌 시비를 거는 상황도 발생한다.

한 사회심리학자는 “우리 사회 서비스업의 체계와 인식을 그대로 두고 이런 갑질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든다”며 “갑을 모두가 즐거운 갑을 관계에 대한 개념과 기준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진상고객들에 대해 기업이 나몰라라 하는 것은 아니다. 콜센터의 경우 ‘끊을 권리’에 대한 제도를 마련하는 등 기업들도 지속적으로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진상고객들이 늘어가고 있는 것에 대해 기업 관계자는 “ ‘손님은 왕이다’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직원과 고객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제도를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고 말했다.

tngus854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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