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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존 수사기관과 ‘갈등’ 남긴 공수처 신설
검·경 수사사건 받을 수 있지만
‘강제처분시 예외’ 단서 논란소지
정치적 중립성 논란 등 문제점도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검찰 개혁 과제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이 가시화됐다. 별도의 기구를 통해 검찰의 검찰을 견제하겠다는 취지지만, 향후 입법 과정에서 기존 수사기관과 갈등이나 정치적 중립성 논란 등 문제점이 노출될 것으로 보인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한인섭)는 18일 정부 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공수처 설치 필요성과 구체적인 법안을 골자로 한 권고안을 발표했다.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큰 틀에서 이를 수용할 입장이어서 사실상 정부의 공식 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위원회는 입법을 위해 31개의 조문으로 구성된 법률안을 마련했다. 이 중 논란소지가 가장 큰 부분은 ‘다른 수사기관과의 관계’를 정한 20조다. 공수처는 검찰이나 경찰이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 사건을 넘기라고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수사기관이 ‘강제처분을 행하거나 그 밖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는 응하지 않을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여기서 말하는 ‘처분’은 압수수색이나 인신구속 등 내사 단계를 벗어나 강제수사로 전환되는 계기를 말한다. 한인섭 위원장은 “기존 수사가 속도감있게 진행되는 때는 수사 맥을 끊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원회 소속 임수빈 변호사도 “공수처가 다른 수사기관과 갈등을 유발하는 건 절대 아니다”라며 “다른 수사기관도 열심히 하고 건전한 경쟁관계 속에서 각자 열심히 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무상으로는 어떤 경우가 공수처 개입이 필요한 사건인지 불명확하다는 점에서 향후 갈등 소지를 남겨놨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공수처는 광범위한 첩보활동을 벌이는 검찰이나 경찰이 어떤 사안을 수사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두 기관이 내사단계에 머물며 사건의 상당부분을 진척시킬 수도 있다.

가령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처럼 이미 세상에 알려진 사안은 공수처가 전담할 게 명확하지만, 장기간 내사를 거쳐 압수수색이나 구속영장 청구 단계에서 공개되는 사건은 사건 이첩 여부를 놓고 공수처와 기존 수사기관이 신경전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 한 중견 변호사는 “검찰이나 경찰이 눈 딱 감고 공수처장을 통하지 않은 상태에서 체포영장이라도 발부하면 그게 강제처분”이라며 “형사소송법상 강제처분의 범위가 상당히 넓은데, 공수처 이첩 의무를 강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도 이러한 갈등 소지를 어느 정도 수긍하고 있다. 위원회 소속 정한중 교수는 “별도의 조정기구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다른 변호사는 “청와대의 말도 정권 초기에나 먹히는 게 우리나라 검찰인데, 결국 사건을 공수처로 넘길지 말지는 검찰이 선택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공수처를 지휘하고, 검찰과 경찰을 상대로 ‘이첩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공수처장은 3년의 임기를 보장한다. 경력 15년 이상의 법조인이나 법학교수 중에서 별도의 추천위원회가 2명을 추천하고, 그 중 1명을 대통령이 지명한다. 대통령이 공수처장을 임명한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의중이 수사에 반영되는 등 기존에 검찰에서 논란이 일던 ‘하명수사’가 그대로 재현될 수 있는 구조란 분석을 내놓는 전문가도 있다.

좌영길 기자/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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