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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9죠? 조상님이 위험해요”…멧돼지·말벌이 돌아왔다
멧돼지 9~11월·말벌 7~9월 기승
한 해 전체 출동건수 절반 차지
멧돼지 짝짓기 시기로 신경 예민
벌 쏘임 2012년이후 167명 숨져


벌초ㆍ성묘 등을 위해 산을 찾아야 할 가을철만 되면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서면서 사람들을 위협하는 ‘불청객’이 있다. 어떤 환경이든 쑥대밭을 일궈내는 ‘멧돼지’, 독침으로 가는 길을 가로막는 ‘말벌’이 그 주인공이다. 최근에는 기후ㆍ서식지의 환경변화 등으로 개체 수도 급속도로 늘고 있어 더욱 주의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멧돼지’의 계절이 돌아왔다=19일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멧돼지를 쫓아내기 위한 전국 소방서의 9~11월 출동 건수는 모두 1513건이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409건), 경기(275건), 경북(146건) 순으로 많고 인천과 세종(각각 4건), 창원(9건) 순으로 적게 나타났다. 해당 기간에만 한 해 전체 출동(3297건)의 45.89%가 이뤄진 셈이다.

소방청은 올해 9~11월에는 전년보다 더 많은 출동이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멧돼지가 기승을 부리기 전인 올해 1~8월 출동 건수로만 봐도 모두 2029건으로, 전년 동기 출동 건수(1507건)를 크게 34.63%(522건) 이상 웃돌고 있어서다. 소방청 관계자는 “특히 가을은 짝짓기 대상을 찾느라고 신경도 날카로운 시기로, 소방청 직원들도 긴장을 바짝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가을철을 중심으로 멧돼지 출현빈도가 계속 급증하고 있는 데는 늑대ㆍ호랑이 등 천적 없는 우리나라 자연환경, 종(種) 특유의 높은 번식력과 생존력도 주요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멧돼지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당장 할 수 있는 대응책으로는 서식공간 중심으로 울타리를 설치, 움직임을 통제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실제로 멧돼지가 가장 많이 나타나는 서울에선 관련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 안에 멧돼지가 자주 출몰하는 5개 지점에 1.5~1.8m 높이 울타리를 전체 3.4㎞ 길이로 설치할 예정”이라며 “현재 각 토지주와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신남식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아직 시ㆍ도별 멧돼지의 정확한 서식현황도 파악을 못한 상황“이라며 ”먼저 데이터를 도출한 후 이들이 몰려있는 일부 지점을 보호구역으로 지정, 공존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개 드는 ‘살인 말벌’=소방청의 통계를 보면 벌 퇴치와 벌집제거를 위한 전국 소방관의 출동 건수는 지난 2014년 11만7534건, 2015년 12만8444건, 전년 17만8603건 등 매 해 가파르게 늘고 있다.

올해에도 1~7월 기준 모두 4만7407건으로, 전년 동기(4만3859건) 대비 8.08%(3548건) 증가했다. 소방청은 이어 전년 수치를 분석해보니 전체 출동 건수 중 85.35%(15만2448건)이 7~9월에 몰려있었다고 밝혔다.

최근 기승을 부리면서 신고 건수를 늘리는 데 큰 역할 중인 ‘살인 말벌’은 ‘등검은말벌’의 별명이다. 다수 전문가에 따르면 지난 2003년 중국에서 우리나라 부산으로 유입된 등검은말벌은 무서운 번식력으로 현재 경기 북부지역까지 서식지를 넓힌 상황이다.

문제는 번식력만 높은 게 아니라, 별명대로 일반 벌과는 비교 못할만큼 사람에게 큰 피해를 주고 있다는 점이다.

등검은말벌은 나무와 전봇대 등 높은 곳에 집을 지어 사람들과 접촉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다 독성은 토종 말벌보다 15배 이상 강해 계속해서 소란을 일으킨다.

특히 벌초ㆍ성묘 등이 집중 이뤄지는 8~10월은 이들 산란기와 맞물린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올해 9월 초까지 벌 쏘임으로 최소 167명이 숨졌는데, 이 또한 상당수는 8~10월 추석맞이 벌초ㆍ성묘를 하다 나무 등에 달려있는 등검은말벌집을 건드린 게 원인이다.

정부는 등검은말벌의 생태계 교란 생물 지정을 추진 중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쯤 (생태계 교란 생물로)지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원율 기자/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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