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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매, 국가가 책임진다는데…②]간병실직ㆍ범죄…치매가족 눈물 닦을까?
-정신적ㆍ경제적 이중고에 실직 등 내몰리는 간병가족
-복지부 치매 국가책임제 추진계획으로 ‘숨통’ 트일 듯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1.“아버님, 미안해요. 금방 나갔다올게요…” 전업주부 김모(53) 씨는 외출할 때면 시아버지 방문을 걸어잠가야 했다.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뜰때까지 늘상 침대에 몸져누워있던 시어머니와 달리 치매 판정을 받은 시아버지는 신체능력만큼은 정정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외출한 사이 무슨 사고라도날까 자물쇠로 문을 잠그면서 ‘아버님을 시설에 맡겼어야했나’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시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간병을 도맡은 김 씨는 몸과 마음 모두 병들었고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다.

#2. 직장인 윤모(53) 씨는 치매 판정을 받은 노모를 간병하느라 직장을 그만뒀다. 신체능력이 저하돼 수시로 대소변을 체크해야했던 모친은 말 그대로 ‘24시간 케어’가 필요했지만 윤 씨에겐 하루 8시간 이상 요양보호사를 고용할 경제적 능력이 없었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 가족요양보호사를 신청했지만 가족이 간병할 경우 1일 1시간밖에 장기요양보험급여가 인정되지 않았다. 직장에서 월 150만원 정도 벌던 수입이 25만원 남짓으로 크게 줄었다. 

[사진=헤럴드경제DB]

치매 환자의 간병을 담당하는 가족들이 정신적ㆍ경제적 이중고를 겪고 있다.

김 씨가 겪은 치매간병가족의 정신적 고통은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기 쉽다. 지난 10일 대구에서는 한 70대 남성이 치매로 거동이 어려운 아내를 간병하다 살해해 징역 4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경찰조사결과 이 남성은 아내를 간병하는 과정에서 삶의 회의를 느끼고 자식들에게 부담을 줄 수도 있다는 처참한 심경이 들어 아내를 죽이고 자신도 자살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씨와 같이 어쩔 수 없이 일을 그만두고 간병에 나서는 ‘간병 실직’ 사례도 다반사다. 일해서 버는 돈보다 간병 서비스 비용이 더 들어가는 경우, 직장을 그만두고 간병에만 매달리게 되기 때문이다. 장기요양보험급여로는 1일 최대 4시간만 요양보호 서비스가 지원돼 24시간 케어가 필요한 치매 가족을 놔두고 생업에 종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보다 앞서 고령사회를 맞이한 일본에서는 간병 스트레스와 간병 실직이 야기하는 간병 범죄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2013년~2016년 8월까지 간병 중 환자가 자살하거나 환자가 살인 가해ㆍ피해자가 된 사건이 179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반자살 등 범죄 유형으로 인해 사망자는 189명으로 집계됐다.

보건복지부는 이에 18일 ‘치매 국가책임제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치매 환자뿐 아니라 가족들도 상담 등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전국 252곳으로 확충될 ‘치매안심센터’에는 치매가족이 정보교환, 휴식, 자조모임 등을 통해 정서적 지지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치매카페를 만들어 가족들의 정신건강을 돌본다. 장기요양본인부담금을 줄여 경제적 부담도 완화한다. 중위소득 50% 이하에 해당하는 경우 본인일부부담금의 50%를 지원받는다.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평균 4시간가량 이용가능한 요양보호 서비스를 추가로 이용하고자 할 경우, 추가비용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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