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공수처 신설 권고안]수사권 조정 더딘데…경찰, 檢 견제수단마저 뺏기나
-공수처 권고안, 수사권 조정 방향 무시
-공직자 수사권 집중으로 제2의 ‘수사지휘’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과 경찰 간 위상을 감안하지 않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가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수사하는 전권을 가지도록 하는 공수처 설치법 권고안을 내놓으면서 자칫 경찰의 수사 재량권을 침해할 제2의 ‘검찰’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8일 법무검찰개혁위가 권고안을 내놓자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은 긴급 회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법무검찰개혁위가 내놓은 권고안의 내용을 집중 분석해 수사권 조정 방향에 맞는지 평가를 내리기로 했다”며 “지금 당장은 어떤 입장을 내놓을 상황은 아니다”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18일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공수처 설치법 권고안을 내놨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이라는 큰 그림을 놓쳤다는 평가다.

권고안은 120명 수준의 공수처를 설치해 검사와 경무관 이상의 경찰관을 포함한 고위공무원의 비리와 범죄를 수사할 전권을 주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당초 경찰은 검사의 범죄나 비리는 경찰이 수사함으로써 ‘견제와 균형’을 맞춤으로써 수사기관 개혁을 이룰 수 있지만 국민들의 검찰 개혁 열망에 따라 공수처 설치에는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이번 권고안에 경찰이 긴장하는 것은 공수처의 규모나 구성보다는 다른 수사기관과의 관계에서 공수처가 절대적인 우위에 있다는 점이다. 권고안 제 20조 ‘다른 수사기관과 관계’에 따르면 경찰과 검찰을 포함한 공수처 외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범죄의 수사에 착수한 경우 지체없이 그 요지를 공수처장에게 통지해야 한다. 특히 공수처장은 공수처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할 경우 사건이첩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게다가 이첩 요구를 받은 수사기관은 강제처분을 행사하거나 그 밖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수처장의 이첩 요구에 응하도록 강제했다.

물론 같은 사건에 대해 검찰과 경찰, 공수처 등 복수의 수사기관이 수사에 착수할 경우 중복수사에 따른 피의자의 인권침해를 막고 수사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한 곳으로 수사를 이첩하는 과정은 필요하다. 그동안 법조계와 학계는 해외 사례를 들어 먼저 수사에 착수한 수사기관이 수사를 담당하되 광역수사 등이 필요할 때에 한해 공수처로 사건을 이첩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수처가 수사기관의 의향을 고려하지 않고 이첩을 강제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그동안 검찰이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수사지휘를 빌미로 침해해 온 불합리한 관행을 공수처가 반복할 여지를 줬다는 평가다.

게다가 공수처에 소속된 검사의 범죄 사건의 경우 대검찰청에서만 수사를 하도록 해 가급적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수사권 조정의 큰 방향에서 벗어낫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검찰과 경찰 간 수사권 조정이라는 더 큰 그림이 그려지기도 전에 공수처 설치가 ‘연내 설치’를 목표로 달려가고 있다는 점이다. 수사권 조정을 통해 수사구조에서의 검찰과 경찰의 위상이 달라질 경우 이를 감안해 경찰-검찰-공수처 간 역할을 분담하고 그 역할과 위상을 정하는 것이 수순이다. 수사권 조정은 영장청구권과 관련해서는 헌법 개정이, 검사의 수사 지휘 조항과 관련해서는 형사소송법 개정이 필요해 시간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공수처 설치만 우선 추진되면서 사법 체계가 공수처 위주로 빠르게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경찰개혁위원회 수사개혁분과의 한 위원은 “지금 나온 것은 법무검찰개혁위의 하나의 안일 뿐이고 이후 각 부처와 관계기관과의 협의, 국회와의 토론을 통해 결정될테니 그 과정에서 변화가 있지 않겠나”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why37@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