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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프로스, 부패 억만장자에도 마구잡이 ‘황금비자’ 장사
-작년에만 400건 넘게 발급, 2013년부터 40억 유로 이상 수입
-발급명단엔 부패 정치인 등도 포함돼 보안우려 제기
-EU의회 황금비자 보안점검 강화하는 개정안 발의 예정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키프로스가 유럽 국가들이 자국 부동산에 투자하면 거주권을 주는 ‘황금비자’ 제도를 이용해 5년 간 5조 원 가량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키프로스가 거주비자를 제공한 대상에는 부패 혐의로 기소된 억만장자 등도 포함돼, 발급 절차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키프로스 정부는 지난해에만 자국에 현금을 투자한 400여 명에 ‘유럽연합(EU) 여권’을 발급했다. 키프로스 정부가 황금비자 제도를 통해 2013년부터 벌어들인 금액은 40억 유로(약 5조4230억 원)에 달한다. 

[사진=게티이미지]

2013년 시작된 키프로스 시민권 투자계획에 따르면, 시민권 신청자는 200만 유로를 기업부지에 투자하거나 250만 유로를 회사채나 국채에 투자하면 된다. 7년에 한 번 방문해야 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언어 등 기타 거주 요건은 요구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키프로스 시민권을 사들인 수백 명 가운데는 상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저명 사업가 등이 포함돼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키프로스 시민권이 처음 거래될 당시에도 러시아 의원, 우크라이나 대형 상업은행 창립자와 도박 억만장자 등의 거물이 포함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2012년 키프로스 시민권을 획득한 러시아 억만장자 드미트리 리볼로프레프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2004년 4100만 달러에 사들인 플로리다 팜비치 맨션을 2008년 9500만 달러에 사들인 것과 관련해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 수사 대상에 올랐다. 2008년 부패 혐의로 미국의 제재를 받은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사촌 라미 마클루프도 2010년 키프로스 시민권을 발급받았다. 이후 2011년 EU의 공동제재를 받고 시리아 내전이 발발하면서 자격은 취소됐다.

이에 유럽 국가들에선 ‘황금비자’의 마구잡이식 남발로 인한 보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럽 정치인들은 황금비자가 시민권 개념을 훼손하고 있다며, 이 분야 성장을 경계하고 나섰다.

포르투갈 출신 유럽의회 의원 아나 고메즈는 “국가 혹은 예술, 과학 등의 분야에 특별한 공헌을 한 개인에게 시민권이나 거주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아닌, 황금비자를 단순히 판매하는 것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포르투갈에서 황금비자 신청자 명단을 입수하기 위해 여러차례 시도했으나 실패했다며 “이를 비밀에 부치는 것이 매우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국제 반(反)부패기구 ‘글로벌 위트니스(Global Witness)’ 역시 “황금비자를 제공하는 모든 국가는 투자 유혹으로 밑바닥 가치경쟁에 빠져선 안된다”며 “신청자와 보호장치에 대한 정교하고 엄격한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럽의회는 황금비자 신청자에 대해 철저한 보안 점검을 실시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올해 말 논의할 예정이다. EU 집행위원회는 해당 제도가 원만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한 자체 조사에 돌입했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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