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경찰의 무리한 구속·긴급체포 ‘뒤늦은 제동’
UN권고 11년만에 제도 보완

경찰이 수사과정에서의 불필요한 인신 구속을 줄이라는 국제사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긴급체포와 구속 영장 신청을 제한하기 위한 제도적인 보완에 나섰다. 유엔이 인권보호를 위해 제도 개선을 요구한지 11년 만이다.

경찰개혁위원회는 지난 8일 제8차 전체회의를 열고 체포ㆍ구속 최소화 방안과 경찰에 대한 시민 통제 기구를 골자로 한 권고안을 마련해 경찰에 전달했다고 13일 밝혔다.

권고안은 수사관들이 구속 영장 신청에 신중을 기하도록 영장 신청 여부를 수사팀장과 과장의 이중 심사를 거치도록 하고 경찰이 신청한 영장이 검찰에 의해 청구가 되지 않거나 법원에서 기각될 경우, 영장 신청이 무리했는지 밝히기 위해 업무상 과오 여부를 면밀히 점검키로 했다. 이후 헌법 개정과정에서 영장청구권이 경찰에 넘어올 경우 변호사 자격을 소지한 경찰관 등을 ‘영장전담관’으로 지정해 영장 청구 여부를 판단하고 결정하게 해 영장 청구를 남발하지 않도록 했다.

공소 제기 전 구금기간 역시 30일에서 20일로 단축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을 추진하고 경찰은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즉시 유치장에서 구치소로 피의자를 이동시키기로 했다.

중대한 범죄혐의가 있는 자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을 여유가 없을 경우 할 수 있는 긴급체포 역시 체포영장을 신청해 법관의 심사를 받도록 하고 상급자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형사소송법 개정을 추진한다

이같은 권고안은 지난해 기준 체포ㆍ구속 및 압수ㆍ수색ㆍ검증 등의 강제처분이 약 30만건에 달하고 3년전에 비해서도 10.3%가 늘어나는 등 계속 증가하기 때문이다. 긴급체포 역시 연간 1만건 이상 이뤄지고 있지만 이 중 20% 가량은 구속영장 청구없이 석방돼 “강제처분은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는 영장주의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같은 권고안은 지난 2006년 유엔 자유권 규약위원회가 우리 경찰의 수사과정에서 긴급체포가 남용되고 있다고 우려하며 그 사용을 제한하도록 하고 기소 전 구금기간이 지나치게 길어 사법적 통제가 있어야 한다고 권고한지 11년 만에야 이뤄지는 개혁이다.

우리 형사소송법에서는 구속수사는 헌법에 따른 기본권 제한에 대한 과잉 금지 원칙에 따라 구속 수사를 최소한의 범위에 그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경찰이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라는 구속 수사의 요건에 다소 부합하지 않더라도 형사사건에 대해 일단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보는 경향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경찰 수사관 개개인의 성과 평가 항목에 피의자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형사사건을 처리할 경우 가산점을 부여하던 구속 가산점제가 2006년까지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속가산점제가 공식적으로 폐지된 이후에도 간접적으로 구속을 많이 시킬수록 유능한 수사관이라는 평가 잣대가 작동했다는 게 일선 경찰관들의 전언이다.

경찰청은 ”영장신청 결재 단계 격상이나 긴급체포 사전 승인 등 내부에서 실시할 수 있는 권고 내용은 10월 내에 내부 시행가능 과제에 대한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11월 부터 시범운영을 실시하겠다“며 “긴급체포 사후 체포영장 등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은 11월 내에 관련 기관과 협의해 개정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