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北, 美주간지 기자에 “우리 심하게 밀지 말라…혼자 죽지 않을것”
-“우리를 벼랑 끝으로 내몰더라도 공격 멈추지 않을 것…그렇게 세계대전 났다”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북한이 지난 7월 1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발사한 직후 미국 주간지 기자에게 핵ㆍ미사일 도발을 지속할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우리를 너무 심하게 밀지 말라.…우리는 혼자 죽지 않는다”며 대북제재를 경계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주간지인 뉴요커의 에반 오스노스 기자는 지난 8월 방북해 북한 관계자들로부터 이같은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오랜 기간동안 중국 특파원을 지낸 오스노스 기자는 지난 7월 미국 정부 전ㆍ현직 고위관계자와 평양을 방문해 접한 북한 당국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상호 불신과 몰이해, 적개심을 해소하는 노력에서부터 긴장완화와 비핵화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기사(18일자 최신호 게재 예정)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는 지난 4월 북미 간 뉴욕채널의 북쪽 창구인 박성일 차석대사를 직접 만나 방북을 신청했고, 북한은 7월 4일 대륙간탄도탄(ICBM)급 ‘화성-14형’ 발사로미국에 독립기념일 ‘선물’을 안긴 며칠 후 오스노스 기자에게 방북 승인을 통보함으로써 그를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알리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특히 오스노스 기자는 외무성 미국연구소 직원 박성일(35. 박성일 차석대사와 동명이인)을 취재하며, 북한이 평소 미국 대통령의 전쟁개시 권한과 의회의 역할에 관심이 많았다고 밝혔다. 박성일은 미국연구소 직원으로서 미국 정치와 언론동향을 분석해 북한에 대한 미국의 의도를 분석하는 업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오스노스에게 트럼프 대통령 선출 이후 일이 더욱 힘들어졌다며 “그(트럼프)가 말할 때마다 진의를 알아내야 하는데 무척 힘들다”고 말했다. 


오스노스가 북한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박성일은 “비이성적이거나 아니면 너무 영리한 것 같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발언은 “중국의 손자병법과 같은” 교묘한 전략의 일환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트럼프)가 아무 목적 없이 그런 말을 했다면 뭘 하자는 것이지? 우리로선 큰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분석가들에게 더욱 중요한 질문은 “미국 국민은 전쟁할 준비가 돼 있느냐”는 것이다. “의회는 전쟁을 원하나? 미국 군대는 전쟁을 하고 싶어 하나?그렇다면 우리도 전쟁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박성일은 말했다.

도착 첫날 만찬을 주최한 50대 중반의 리용필 미국연구소 부소장은 “미국만 예방전쟁을 벌일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역사적으로, 조선 인민들은 약해서 고통을 겪었다. 그것을 우리 가슴 속에 쓰라린 교훈으로 간직하고 있다” “국방력을 강화하는 것만이 평화를 지키는 깃이다” 등의 주장을 했다고 오스노스는 밝혔다.

이후 리용필을 술을 마신 뒤 오스노스에게 “당신네 체제에서 대통령의 선전포고 권한은 뭔가?” “의회가 결정권을 가졌나?” “핵가방은 맥매스터(허버드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가 관리한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 등의 질문을 던졌다.

오스노스 기자가 크게는 대통령이 핵무기 발사를 결정한다며 “북한은 어떠냐”고 묻자 리용필은 “우리의 최고지도자가 전쟁 개시의 절대적 권한을 갖고 있다”고 대답했다.

미국의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월스트리트저널에 공동 기고문을 싣고 “미국은 (북한) 정권교체나 통일 가속화에 관심 없다”며 긴장 완화를 시도한 것에 대해서도 박성일은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이 공동 기고문을 내는 일이 자주 있느냐”고 궁금해 했다.

오스노스 기자는 “박성일이 미국에 대해 오해하는 것도 있었다. 미국에서 멀리 있기에 알기 어려운 것이긴 하지만”이라며 “미국은 지금 분열돼 있어서 전쟁할 생각이 없다”는 박성일의 오해를 소개했다.

오스노스 기자는 미국이 분열돼 있는 것도, 중동 등에서 전쟁을 치르느라 지친 것도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트럼프 행정부가 절대 북한을 타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오산일 것이라고 박성일에게 설명해줬다.

한편, 북한은 전략폭격기 B-1B 등 미국의 전략자산을 경계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김정은 북한 위원장이 괌 포위사격 방안을 보고받고 “당분간 미국의 행태를 지켜보겠다”고 발언한 진의에 대해 오스노스 기자가 묻자 박성일은 “모르겠다”며 “미국이 또 B-1B 같은 핵자산을 조선반도 상공에 보내느냐 여부에 달렸다”고 답했다. 박성일은 “미국에 말해주지는 않았지만, 알 것이다. 어떠한 ‘핵 도발 행위들’도 더 이상 해서는 안 된다고 우리가 말했으니까”고도 말했다.

또 박성일은 “핵전쟁의 요체는 상대를 완전히 파괴하는 데 있다”며 “어떤 기동이나 전술이 있을 수 없다. 그건 재래전에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의 핵전쟁을 벌이게 될 경우 일본과 괌에 있는 미군기지를 노린 부분적 공격이 아닌 전면전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암시한 것이다.

그는 “미국이 제재에, 제재에, 제재에, 제재를 가하더라도, 우리를 벼랑 끝으로내몰더라도 우리는 공격할 것”이라며 “세계대전들이 그렇게 일어났다”고 주장하기도했다. 이어 한동안 뜸을 들인 뒤 “우리를 너무 심하게 밀지 말라.…우리는 혼자 죽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오스노스 기자는 한국계 미국 작가 크리스 리에게서 들은 “너 죽고 나 죽자!”라는 말이 생각났다고 말했다. 오스노스 기자는 ‘상대도 같이 끌고 떨어질 수 있다면 벼랑 밑으로 몸을 던지겠다’는 정서가 미국인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정서라고도 했다.

오스노스 기자가 방북하기 전 인터뷰한 제임스 클래퍼 전 미국 국가정보국장은 지난 2014년 억류된 미국인 기자 2명의 석방을 위해 북한을 방문했을 때 북한 지도부가 북미 관계 개선 목적인 줄 알았다가 몹시 실망하는 모습을 봤다고 했다. 클래퍼 전 국장은 “외교적 접촉의 부재가 위험스러운 오해의 구렁텅이를 만든다는 것을 새삼 절감했다”며 “북한 지도부 사이에 자신들이 포위됐다는 강박관념이 만연한 것에 아연했었다”고 말했다.

오스노스 기자는 미국과 핵전쟁을 벌이면 북한이 파멸할 텐데 왜 핵전쟁 생각을 하느냐는 질문에 박성일이 “우리는 이미 2차례 그것을 겪었다”며 한국전과 19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 시기를 들고 “3번째도 극복할 수 있다”고 답했다고 했다.

munja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