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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대원의 현장에서] 北核 위협 최고조인데…과거와 싸우는 軍
북한의 6차 핵실험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도발에 맞선 미국 정부와 의회가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공론화로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우리 군은 ‘과거와의 전쟁’에 한창이다. 방산비리와 군 과거사진상 등 과거 적폐를 뿌리뽑고 정의를 바로 세우는 거창한 작업이긴 하지만, 북한의 위협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하필 이때냐”며 군 사기저하를 우려하는 내부 불만도 적지 않다.

국방부는 11일 과거 정치개입과 인권침해 등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한 ‘군 적폐청산위원회’ 운영 계획을 밝히고, ‘5ㆍ18 민주화운동 헬기사격 및 전투기 대기 관련 특별조사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달 중 출범할 군 적폐청산위는 군내 헌법적ㆍ민주적 가치 훼손과 인권침해, 군 신뢰 실추 등 사회적으로 파문을 야기한 불공정 사건에 대한 조사를 벌이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조사에 따라 꾸려진 5ㆍ18 특조위도 이날 공식 출범했다.

5ㆍ18 특조위는 산하에 조사지원팀, 헬기사격조사팀, 전투기출격대기조사팀 등 3개 팀으로 구성된 실무조사지원단을 뒀다.

오는 11월30일까지 약 3개월간 5ㆍ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새롭게 제기된 계엄군의 헬기를 이용한 시민군 기총소사 의혹과 공군 전투기 출격대기 명령 여부 등을 중점 조사한다는 구상이다.

문 대통령이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공군의 비행기 출격 대기나 광주 전일빌딩 헬기 기총소사 등을 조사할 예정인데, 조사하다 보면 발포명령 규명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만큼 5ㆍ18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을 향한 최초 발포 명령자 등에 대한 조사도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뿐만이 아니다. 군은 앞서 8일에는 ‘사이버사령부 댓글 사건 재조사 TF’를 구성하고 국군사이버사령부의 2012년 대선 ‘댓글 공작’ 의혹에 대한 전면 재조사에도 돌입했다.

사이버사 TF는 당시 군 수뇌부와 청와대의 사이버사 댓글 공작 개입 의혹을 중점 들여다볼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수십만의 청춘을 징병이란 이름으로 동원하고, 나라살림의 10%의 예산을 끌어다 쓰면서도 고질적인 방산비리, 병영사고도 모자라 최근 공관병 상대 갑질논란 같은 적폐행위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국방개혁의 필요성에는 의문부호를 달기 힘들다.

헌법질서를 유린한 군의 정치개입ㆍ선거개입이나 40여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직도 시대의 아픔으로 남아 있는 5ㆍ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군의 역할을 비롯한 진상규명의 필요성은 말할 나위 없다.

그러나 군 당국이 정권교체 이후 일시에 각종 위원회와 TF를 쏟아내며 과거와의 전쟁에 매달릴 만큼 우리 안보 상황이 한가로운가라는 우려를 완전히 지우기 어렵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에 이어 수소폭탄으로 추정되는 6차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한반도 정세를 이전과 다른 판으로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미국에서는 그간 금기였던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론이 백악관에서 거론되고, 중국에선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반발이 증폭되는 등 한반도 주변 정세도 요동치고 있다.

군이 잇따라 출범시킨 위원회ㆍTF에 깔린 정치적 의도에 대한 의구심도 완전히 불식하기 어렵다.

이미 알려진 대로 군 적폐청산 위원회는 청와대가 주도하는 박근혜 정부 시절 적폐 청산을 위한 부처별 TF 구성과 운영 구상의 일환이다.

사이버사의 댓글 공작의 경우 김관진 전 장관 등이 인지하고 있었다는 새로운 의혹이 제기된 만큼 이전 정부 고위인사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가 불가피하고 정치보복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군 인사들은 각종 위원회ㆍTF 출범 배경에 대해 표면적으론 자발적이라고 하면서도 거듭된 질문이라도 할라치면 “알면서 왜 그러느냐”며 손사래 치기 일쑤다.

군 당국의 노력이 제대로 된 열매를 맺게될 지도 의문이다.

군은 병영문화와 관련해서만도 1990년대부터 신병영문화, 전투형 군대 육성, 병영문화선진화, 병영문화혁신 등의 간판을 내걸고 수차례 대책을 발표했지만 대개의 경우 용두사미로 끝나곤 했다.

국방부가 이번에 위원회와 TF를 출범시키면서 “잘못된 관행을 타파하고 환골탈태의 계기로 삼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구절은 예전과 단어와 순서만 달라졌을 뿐이다.

냉엄한 정치현실에서 정권교체에 따른 군 당국의 고심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군의 과거와의 전쟁도 이미 시작됐다.

기왕 시작된 전쟁이라면 이번에는 깔끔하게 이겨야한다. 무엇보다 엄중한 외교안보 현실에서 과거뿐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와의 싸움에도 대비하고 이기는 군의 모습이 절실하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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