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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팩트체크] 미국발 韓ㆍ日전술핵 재배치론, 진실은?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美의회 승인 필요

-익명 요구한 안보전략가 “전술핵 담론은 韓외교적 입지만 약화시켜”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미 NBC뉴스는 8일(현지시간) 복수의 백악관ㆍ국방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전술핵을 한국에 재배치하고 일본의 핵무장을 허용하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토마스 버거슨 주한미군 부사령관은 7일 서울안보대화(SDD)에서 “미국은 한반도의 전술핵재배치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발언했다. 



어느 쪽이든 미 외교안보 채널에서 흘러나온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를 둘러싼 담론을 한국 정계를 뒤흔들기 충분했다. 자유한국당 내 ‘북핵 해결을 위한 의원 모임’(약칭 핵포럼)은 10일 전술핵 재배치를 촉구하는 서한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미 정부의 전술핵 재배치 검토는 유효한 안일까? 한반도 재배치론은 북한의 6차 핵실험 등으로 핵ㆍ미사일 고도화에 따른 억지력을 높여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거론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안보 전문가들은 전술핵이 갖는 전술적 의미는 미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널드 레이건과 조지 H. 부시, 빌 클린턴 정권 당시 미 국무부 고위직과 백악관 안전보장회의(NSC) 군축통제 담당관을 맡았던 스티븐 앤더슨은 폴리티코에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하는 순간, 다른 국가들로부터 핵보유를 억제하려고 했던 미국의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며 “평화적 수단을 활용해 핵을 억지해왔던 그간의 수단들을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리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폴리티코는 백악관 NSC 대변인도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를 논의하기엔 “시기상조”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반도ㆍ일본 전술핵 배치를 결정한다고 해도 곧바로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삼권분립’에 따라 행정부에서 전술핵 재배치를 추진하려면 의회로부터 이에 대한 예산을 허락받아야 한다. 현재 미 하원을 통과한 ‘2018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은 북한과 관련된 제재를 주로 언급하고 있다. 북한과 중국에 대한 제재와 함께 탄도미사일 방어체계와 전략폭격기 등과 같은 보복수단 배치, 우방국의 미사일 개발지원 및 무기판매 확대 등도 포함됐다. 

하지만 전술핵과 관련해서는 지난 2012년 ‘2013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의 ‘핵전력’(nuclear force) 항목에서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와 관련한 조항을 삭제한 이후 그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한 미국 정치전문가는 “미국 정부가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면 당장 다음주 상원에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그러나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 등 상원에 포진한 공화당 의원들조차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에 회의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등 한국의 핵무장을 허용할 가능성을 ‘0’에 가깝다는 것이다.

미국이 전술핵 카드를 꺼내지 않을 첫 번째 이유로는 중국과 러시아의 거센 반발이 꼽힌다. 명목상 북한의 위협에 대응한 전술핵 재배치라고 하지만 미국의 핵이 한반도에 배치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전술핵이 갖는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의 효용성이 낮다는 분석 때문이다. 한 군사안보 전문가는 “북한이 가지고 있는 것은 전략핵으로, 한번 사용하면 ‘전면전’을 의미한다”며 “하지만 한국이 제기하고 있는 ‘전술핵’은 특정 타깃을 겨냥한 공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되레 북한의 국지도발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군사안보 전문가도 “전술핵이 갖는 억지효과는 미비할 것”이라며 “핵잠수함이나 전략폭격기 수준의 확장억제력만으로도 억지효과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의 안보전략가는 “전술핵 재배치론을 제기하면 할수록 한국 정치인들이 얼마나 군사전략 분야에 무지한 지 드러날 뿐”이라며 “정부 관계자가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하게 되면 되레 한국의 외교적 입지만 좁히는 꼴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전술핵 재배치를 당론으로 확정한 자유한국당은 미국에 의원 대표단을 보내 전술핵 재배치 의지를 알아보는 등 여론전을 전개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한편, 청와대는 “전술핵 재배치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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