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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시간 내내 외톨이 北…‘악수 1번’이 전부였다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지난 7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 전체회의장. 오후 2시(현지시간)로 예정돼 있던 동방경제포럼 개막에 맞춰 오후 1시35분께 회의장 문이 열렸다.

대기하던 정부 관계자와 취재진이 속속 자리 잡았다. 올해로 3회째인 이 포럼에는 50여개국 4000여명이 참석했다. 26개국은 정부 대표를 파견했다. 한층 커진 규모를 방증하듯 회장은 순식간에 인파로 가득찼다.

오후 1시 40분께, 북한 배지를 착용한 인사가 회의장으로 입장했다. 2차 포럼 때 불참했던 북한은 이번 포럼에 김영재 대외경제상을 단장으로 ‘조선 정부 경제대표단’을 파견했다. 

김 경제상은 회의장에 들어서자마자 무대 왼편 중앙에 자리 잡았다. 우리 정부 측 인사는 주로 무대 오른편에 위치했다. 최근 정세와 무관하게 구조상으로도 남북한이 조우하긴 쉽지 않았다.

오후 2시로 예정된 포럼은 계속 개막 시간이 연기됐다. 이에 참석한 인사들은 삼삼오오 모여 자유롭게 대화를 나눴다. 각 정부ㆍ단체 관계자가 총집결한 만큼 흔치 않은 기회였다. 참석자들은 분주히 자리를 오가며 안부를 묻기에 바빴다.

김 경제상은 계속 자리를 지켰다. 김 경제상은 전 러시아 주재 북한대사였다. 그럼에도 김 경제상을 찾는 이는 없었다. 김 경제상은 가끔씩 주변을 둘러볼 뿐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았다. 누가 김 경제상의 자리를 찾지도 않았다.

포럼은 예정 시간을 40여분 넘겨 오후 2시42분께 시작했다. 입장 이후 1시간, 각국 정부 관계자가 분주하게 서로 환담을 나누는 그 시간 동안 김 경제상을 찾은 이는 러시아 측 관계자로 추정되는 인사, 단 1명뿐이었다. 그와의 대화도 길지 않았다. 그게 전부였다.

물론 이는 동방경제포럼 풍경에 국한돼 있다. 외신에 따르면, 김 경제상은 실제로 이번 행사 기간에 알렉산드르 갈루슈카 러시아 극동개발부 장관이나 하바롭스크 주지사 등과 만나 양국 경제협력 현황 등을 논의했다고 한다.

다만, 예정에 없던 이날 1시간은 북한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예정에 없던 기회로 활용하며 각국 주요 인사가 활발히 경제외교에 분주했던 그 시간에 김 경제상 주위는 마치 ‘사진’처럼 멈춰 있었다.

멕시코 정부는 지난 7일 북한 핵실험의 항의 표시로 자국 주재 북한 대사를 외교적 기피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하고 72시간 내에 떠날 것을 명령했다. 다른 국가도 유사한 조치를 취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세계 각국에서 자국 주재 북한 대사를 초치한 사례는 이미 비일비재하다. 곧 열릴 유엔총회에서도 대북제재가 핵심 안건이다.

북한은 고립되고 있다. 고립의 끝이 북한의 의도ㆍ전략과 부합할지, 혹은 상상조차 싫은 파국으로 이어질지 누구도 예단하기 힘들다. 어떤 결론이든 북한이 원하는 대로, 북한은 고립되고 있다. 1시간 동안 이뤄진 단 한 번의 악수와 대화마저, 이제 곧 사라질 조짐이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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