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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염전 노예 사건’ 국가상대 손해배상 소송 오늘 1심 선고
-피해 장애인 8명 국가 상대 2억 4000만원 손배 소송
-“국가가 장애인 학대 묵인·방조한 책임 있어”

[헤럴드경제=이유정 기자]염전에 감금된 채 폭행과 강제 노역을 당한 ‘염전 노예’ 사건의 피해 장애인들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첫 선고가 8일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부장 김한성)는 이날 오후 강모씨 등 8명이 “국가가 무임금 노동, 상습폭행 등 장애인 학대를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묵인하고 방조했다”며 정부와 신안군청·완도군청을 상대로 낸 2억 4000만원의 국가배상청구 소송 선고기일을 연다.

전남 신안군 신의도의 한 염전[제공=연합뉴스]

염전 노예 사건은 지난 2014년 1월 전남 신안군 신의도 염전에 감금돼 혹사당하던 장애인 김모씨가 어머니에게 보낸 한통의 편지를 계기로 알려졌다. 당시 민관합동 전수조사를 통해 밝혀진 피해자만 63명에 이르며 대부분이 5~10년의 오랜 기간 동안 임금을 받지 않고 일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들의 탈출 시도도 있었지만 오히려 공권력이나 지역사회에 의해 가로막혔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사장 김성재)에 따르면 소송의 원고이자 염전 노예 피해자인 박모씨는 염전주인이 안보는 틈을 타 관할 파출소로 도망갔으나, 해당 경찰관은 박씨의 ‘도와달라’는 간곡한 요청에도 다시 주인을 불러 학대의 현장으로 되돌려 보냈다. 학대의 상황에서 벗어나려 한 피해자의 신고가 묵살된 셈이다.

원고 채모씨는 염전에서 탈출하는 유일한 통로인 선착장까지 여러 차례 도망갔지만 선착장에서 그에게 표를 팔지 않아 다시 염전주인에게 잡혀오는 일이 반복됐다. 업주의 허락 없인 염전 노동자에게 표를 끊어주지 않는 지역사회의 비틀린 관행 때문이었다.

선착장을 관리할 의무가 있는 지자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또 다른 원고 김모씨는 관할 면사무소에서 장애인 복지카드를 발급받았음에도 해당 사회복지공무원으로부터 사회보장급여에 대한 정보를 전혀 제공받지 못했다. 결국 그는 장애인 등록신청에도 불구하고 관련 연금이나 수급비 등 어떠한 사회보장도 받을 수 없었다.

이에 원고 측 변호인단은 국가 및 지자체가 책임이 크다고 보고 소송을 시작했다. 국가 및 지자체는 장애인 학대를 예방할 의무가 있으나 피해자 학대를 방관하고 오히려 학대 현장으로 돌려보내는 등 그 책임이 크다고 판단해서다. 헌법 제29조 제1항은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손해를 받은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국가나 공공단체에 정당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정부 측 대리인단은 부당한 노동행위에 대한 신고나 문제가 발견되지 않는 한 경찰 등이 개입하기가 쉽지 않다며 고의로 직무를 유기하거나 방임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재판은 장애인 학대 및 강제 노역과 관련해 국가의 책임 여부를 따지는 것으로 ‘차고 노예’, ‘축사 노예’ 등 끊임없이 불거진 여타 장애인 인권 유린 사건들에 미치는 영향도 클 전망이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관계자는 “염전노예사건의 발단은 국가가 장애인 학대에 대해 묵인하고 책임을 회피한 것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라며 “피해 장애인들이 국민으로서 최소한의 권리를 되찾을 수 있도록 재판부의 판결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한편, 염전 업주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인정된 사례는 있었다. 지난 5월 광주지법은 염전에서 일한 피해 장애인이 업주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최저 임금이 아닌 농촌 일당을 기준으로 1억6087만원의 체불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kul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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