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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사장]금융에 따뜻함을 더하자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자비로운 계절이다. 덥지도 춥지도 않다. 여유롭던 어렵고 힘이들던 모두 평안하게 일상을 보낼 기후다. 봄과 가을이 있어 혹한과 혹서에서도 다시 힘 낼 기회를 주는 자연에 새삼 고개가 숙여진다.

금융권의 화두로 ‘포용적 금융’이 떠오르고 있다. 포용적 금융은 정부의 국정목표인 ‘더불어 잘 사는 경제’와 궤를 같이한다.

그간 금융시스템에서 소외돼 있던 사람들이 다시 제도권 금융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정부 차원에서 포용적 금융이 추진되고 있는 배경에는 공공성과 수익성 사이에서 금융의 역할에 대한 고민과 함께 금융의 무게 중심이 이윤추구쪽으로 너무 치우친 것이 아닌가 하는 자기반성이 있다. 금융은 야누스의 얼굴과 같이 차가움과 따뜻함이라는 양면이 공존한다. ‘돈이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한다’는 말이 있다.

금융은 사람의 의지에 따라 무섭도록 가혹할 수도 한없이 따뜻할 수도 있다.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이 빌려준 3000더커트와 그라민은행 총재 무함마드 유누스가 빌려준 856다카는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현대는 금융자본주의 시대이다. 경제에서 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커지면서 삶의 많은 부분이 금융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금융산업의 발전과 함께 우리 사회는 ‘나의 이익’을 제일 가치로 여기는 무한경쟁사회로 변모해 버렸다. 경쟁에서 뒤쳐진 사람들에 대해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곤 한다. ‘우리’라는 연대의식이 퇴색되다 보니 한번 대열에서 낙오하면 쉽사리 원위치로 돌아오지 못하고 금융소외자로 전락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실패자, 낙오자로 낙인 찍힌 금융소외자가 겪는 고통은 실로 크다. 빚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되면 이런 저런 제약으로 소득이 감소한다. 빚을 갚기 어려워져 악순환이 계속된다.

한번 빠지면 자력으로는 쉽사리 빠져나올 수 없고, 발버둥칠수록 더 깊이 빠져드는 늪과 같다. 최근 통계을 보면 1000만원 이하의 빚을 10년 넘도록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백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금융의 밝은 면만을 강조하면서 이면에 있는 팍팍한 현실을 애써 보지 않으려고 했는 지 모른다. 수십만명의 사람들이 1%대의 초저금리 대출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반면 고금리 대출에 허덕이며 빚이 소득보다 많은 채무자가 118만명에 달하고 있다는 사실은 불편한 진실이다.

선의의 채무자가 재기할 수 있도록 금융에 따뜻함을 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

우리’가 더불어 성장해 나가기 위해선 금융이 더 적극적으로 금융소외자들에게 회생의 기회를 부여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금융공기업 및 제2금융권이 보유하고 있는 27조2000억원 상당의 장기소액 소멸시효완성채권 소각 행사가 열린 것은 포용적 금융의 작은 첫걸음이다.

가을이 되면 자연은 그동안 뿌리로부터 영양을 공급받아 살찌운 잎사귀들을 밑으로 내려보내 뿌리가 추운 겨울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한다. 뿌리를 튼튼히 하는 것이 결국 나무 전체를 위하는 길임을 자연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함께 가야 멀리 간다’는 말처럼 서로 보듬는 사회적 노력이 침체된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우리 사회가 한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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