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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힝야족 비극 해결, 수치가 나서라”국제사회 비난 고조
이양희 유엔 인권특별보고관
“실권자 수치 소수민 보호실패”
유사프자이 “행동 기다린다”

미얀마 탈출 난민 9만명 육박
MOAS 난민구조선 급파


미얀마 정부군과 로힝야족 무장세력간 유혈충돌로 사망자와 난민이 점점 증가하면서 이번 사태를 방관해온 미얀마의 실권자 아웅산 수치에 대한 국제 사회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수치가 나서서 유혈사태를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수치가 받은 노벨평화상을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4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이양희 유엔(UN) 미얀마 인권특별보고관은 미얀마의 실권자인 수치가 로힝야 이슬람 소수민족을 보호하는 데 실패했다고 비판하면서 “수치가 사태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우리가 모든 정부에 기대하는 것은 그들의 관할권 내에 있는 모든 사람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보고관은 이번 유혈사태의 말살 정도가 지난해 10월 1차 유혈충돌 때보다 “훨씬 심각하다”면서 충돌이 일어난 미얀마 서부 라카인 주(州)의 상황은 “정말로 심각하다(really grave)”고 전했다.

파키스탄의 여성 교육운동가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탈레반 피격소녀’ 말랄라 유사프자이(20)도 로힝야족 사태를 방관하고 있는 수치에게 행동을 요구했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뉴스를 볼 때마다 미얀마 내 로힝야족이 겪는 고통에 비통한 심정”이라며 “폭력을 멈출 것을 요구한다”는 글을 남겼다. 이어 “로힝야족은 그들이 태어난 미얀마에서 시민권을 얻어야 한다”며 “파키스탄을 비롯해 다른 국가들은 방글라데시의 전례를 따라 로힝야족 난민에게 음식과 피난처, 교육 등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사프자이는 “지난 몇 년간 나는 비극적이고 부끄러운 사회적 대우를 여러 차례 비판해왔다”며 “나와 같은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아웅산 수치가 나와 같은 일을 했으면 좋겠다. 전 세계가, 그리고 로힝야족이 이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슬람권에서는 수치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더욱 높다.

세계 최대 이슬람교도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는 지난 2일 수치의 노벨평화상 박탈을 주장하는 시위가 열렸다.

안타라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의 미얀마대사관 앞에서 로힝야족 학살 반대 시위를 주도한 ‘로힝야족의 인도적 지원을 위한 직업 공동체’ 안디 시눌링가는 “수치는 노벨평화상 수상 자격이 없다. 노벨위원회는 즉각 상을 회수해야 한다”며 “수치는 로힝야족에 대한 폭력 행위와 강제적인 축출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부 술라웨시 주에서 열린 학생들의 반(反) 미얀마 시위에서도 인도네시아 정부가 노벨위원회에 수치의 노벨평화상 박탈을 요청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지난달 25일 로힝야 무장세력의 미얀마 경찰초소 습격사건 이후 지금까지 약 8만7000명의 로힝야족 난민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0월 1차 유혈충돌 발생 이후 몇 달간 라카인 주를 탈출했던 난민 수 7만5000명을 넘어선 수치다.

유엔과 인권단체는 당시 미얀마 군인들이 무장세력 토벌 과정에서 로힝야족 민간인을 학살하고 방화와 성폭행, 고문 등을 일삼으면서 ‘인종청소’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얀마 정부는 이같은 주장을 부인하며, 유엔이 구성한 국제 조사단의 활동도 불허하고 있다.

또한 미얀마군은 이달 초 라카인 주 산악 지대에서 불교도인 소수민족 남녀 3쌍이 숨진 채 발견되자 또다시 로힝야족 무장단체를 배후로 지목하고 수백 명의 군 병력을 투입했다.

이 가운데 지난달 25일 로힝야족 반군단체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경찰초소 30여 곳을 동시다발적으로 습격하고 군기지 침투를 시도하면서 사상 최악의 유혈충돌이 벌어졌다. 정부군의 소탕 작전으로 지금까지 370명의 반군이 사살됐고, 군경과 민간인을 포함한 사망자 수는 400명에 달한다.

한편 2014년부터 지중해에서 난민구조 활동을 해 온 몰타 기반의 민간 지원단체 MOAS는 난민 구조선 피닉스를 미얀마 해역으로 옮겨 로힝야족을 구출할 것이라고 4일 BBC가 보도했다. 피닉스는 약 3주 내 벵골만에 닿을 전망이다. MOAS는 “도움이 절실한 로힝야족에게 인도적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경 기자/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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