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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중요한 건 ‘생리대 진실 공방’이 아니다
생리대의 유해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점차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신뢰할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시민 단체 여성환경연대의 자료를 지난 4일 원본 그대로 공개했다. 이에 따라 식약처와 여성환경연대 간 진실 공방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번에 생리대에서 검출된 각종 유해 물질에 대한 안전기준이 없다는 데 있다. 이에 따라 이달말 정부의 생리대 전수조사 결과 발표 시 안전기준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생리대 안전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과 불안은 계속될 수 밖에 없게 됐다.

식약처가 공개한 시험 결과를 보면 생리대와 팬티라이너 11종 모두에서 VOCs가 검출됐다. 애초 여성환경연대가 공개했던 ‘릴리안’ 제품 뿐만이 아니었다. 특히 중형 생리대 중 깨끗한나라의 ‘릴리안 순수한면 울트라 슈퍼가드 중형’이 가장 많은 개당 6560ng(나노그램)의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이 검출됐다.

이어 ▷LG유니참의 ‘쏘피 귀애랑(4658ng)’ ▷유한킴벌리의 ‘좋은느낌 울트라 중형 날개형(3761ng)’ ▷한국P&G의 ‘위스퍼 보송보송 케어 울트라 중형(3479ng)’ ▷LG유니참의 ‘쏘피 바디피트 울트라슬림 날개형 중형(2468ng)’ 등의 순이었다. 면생리대인 트리플라이프의 ‘그나랜 중형’은 다른 일회용 생리대보다 높은 1만1606ng이 검출됐다. 팬티라이너 제품 5종 모두에서도 역시 VOCs가 나왔다.

그렇다고 이들 제품이 유해하다고 단정짓기는 아직 어렵다. 김 교수팀이 검사 기준으로 삼은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은 유해성 여부를 따지지 않고 검출된 모든 VOCs을 더한 개념이라 유해하지 않은 물질이 섞여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검증위와 식약처도 ”여성환경연대와 김 교수의 시험 결과에서 휘발성유기화합물이 검출되었다는 것만으로는 인체에 유해성 여부를 판단할 수 없으므로 소비자가 우려하기보다는 식약처의 위해 평가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시험을 진행한 김만구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교수는 답답해했다. 그는 같은 날 오후 “생리대 독성 물질 배출 여부에 대해서는 연구도 없었고 방법도 없어 직접 시험 방법을 고안한 것”이라며 “방출 물질 측정법은 4년에 걸친 개발 끝에 국제표준화기구(ISO) 인증을 받은 방법이다”고 했다. 이어 “분석과학적으로 방출 시험 결과가 없으면 유해성을 논할 수 없어 종합적으로 시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 교수도 검출된 물질이 여성의 질에 얼마나 흡수되는지 등 인체 유해성을 확인하고 적절한 기준을 마련하는 일은 식약처의 몫으로 돌렸다.

결국 중요한 것은 생리대 사용에 대한 안전기준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검사에서 국제암연구기관(IARC)이 ‘인체발암가능물질(그룹2B)’로 분류하고 생식독성도 있는 스타이렌은 11종 생리대에서 모두 나왔다. 검출량은 0.63~38.08ng(나노그램) 사이였다. 스타리엔의 건축물 실내 공기 권고 기준 300㎍/㎥보다 많이 낮은 것이지만, 이를 인체에 직접 접촉되는 생리대에 적용하기 어렵다.

김대철 식약처 바이오생약심사부장도 “가장 큰 것은 해당 물질에 대한 안전기준이 없기 때문”이라며 “건축 관련 법령 등의 허용기준은 건축자재의 ‘새집증후군’ 대비를 위한 것으로 준용하기 어렵다. 위해 평가 결과 발표 때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소비자일 수 밖에 없다. 회사원 정모(35ㆍ여) 씨는 ”지금 시중에 나온 웬만한 제품들은 다 언급됐다”며 “한 달에 한번 무엇을 쓰라는 건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결국 식약처의 계획대로라면 전수조사 결과가 나오는 이달 말까지 소비자는 기다릴 수 밖에 없다. 하루 빨리 그리고 꼼꼼하게 전수조사를 마치고, 제대로 된 안전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식약처가 할 일이다. 여성환경연대도 식약처에만 책임을 돌릴 것이 아니라 이번 검사에 대해 속 시원한 답변을 내놓아야 그간의 의혹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두 기관은 지금 진실 공방에 몰두할 때가 아니다. 국민을 마음 편하게 해 불만과 불안을 해소시키는 일이 우선이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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