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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5부동산 추가 대책] 토론없이 또 서면결정
국민 삶에 큰 영향 초강력 규제
‘또다른 적폐’ 답습 비판 목소리

정부가 이번에도 서면 심의로 투기과열지구를 지정했다. 정부는 보안 유지 등을 위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지만, 국민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초강력 규제를 토론도 없이 지정한 것에 대한 비판은 불가피해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철학이 ‘적폐청산’인데, 국토교통부 스스로가 예전 권위주의 정부의 ‘깜짝 발표’ 구태를 답습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5일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위한 주거정책심의위원회(이하 주정심)를 지난 1~4일 열어 서면 심의했다”고 밝혔다.

투기과열지구를 지정하거나 해제하는 것은 24명의 심의위원으로 이뤄진 주정심의 심의를 거치도록 돼 있다.

심의통지서는 지난 1일 e-메일로 심의위원들에게 전달됐다. 국토부는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위한 정량적ㆍ정성적 내부 평가를 거쳐 ‘성남시 분당구’와 ‘대구시 수성구’라는 답안을 미리 결정한 뒤, 심의위원들에게 이에 대한 찬반만을 표결토록 하는 형식을 취했다. 정부 및 공공기관 소속 위원만으로도 의결정족수를 채울 수 있는 구조 때문에 원안은 무리없이 통과됐다. 위원들이 투기과열지구 지정에 대한 의견을 작성할 수 있도록 했지만, 결론에 영향을 미칠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정부는 지난 ‘8ㆍ2 부동산 대책’에서 발표한 투기과열지구를 지정했을 때도 주정심을 서면 심의로 처리했다. 당시 주정심은 대책 발표 이틀 전인 7월31일 당일치기 식으로 심의위원들에게 심의 개최 통지가 이뤄졌고 찬반 표결까지 끝냈다. 심의위원들은 서울 25개구, 과천시, 세종시 등 27개 지역의 시장 상황 및 전망, 투기 우려 등을 하루만에 판단해야 했다.

이번에는 나흘이라는 시간을 준 데다 심의할 지역도 두 곳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지난번과 같은 ‘벼락치기 심의’는 피했다. 다만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주택담보대출비율(LTV)ㆍ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 조정 등 19개 규제가 한꺼번에 적용되는 투기과열지구를 제대로 된 토론 없이 지정했다는 지적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주정심은 투기과열지구, 부동산 상한제 등 부동산 시장에서 ‘뜨거운 감자’인 규제들을 적용을 위한 필수 의사 절차”라며 “제도 자체에 대한 찬반 논란이 사회적으로도 뜨거운데 심의 절차에서 그러한 논란을 다룰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 측은 주정심은 서면 회의를 통해 진행할 수 있다는 규정을 들어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투기과열지구 지정에 대한 정보가 사전에 유출되면 시장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보안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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