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與, 북핵 여파 고삐 풀린 핵무장론에 고심
[헤럴드경제=이정주 기자] 최근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인해 전술핵 도입을 비롯한 대북 강경책이 거론되는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민주당이 대화를 통한 대북 포용정책을 지속함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인해 입지가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과 미국의 공세가 계속되면서 정부와 여당이 풀어야 할 북핵 문제는 고차방정식으로 진화 중이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해 정국이 얼어붙자 당내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전술핵 재배치 등의 주장까지 나왔다. 아직까지 대다수 의원들은 안보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으로 한ㆍ미 공조체제 등 외교적 방안을 선호하고 있지만 향후 북한의 추가적인 도발이 여당 내 기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진제공=연합뉴스]

핵무기는 통상 전략핵(戰略核ㆍStrategic Nuclear)과 전술핵(戰術核ㆍTactical Nuclear)으로 구분되는데, 범위나 강도 측면에서 전략핵이 더 강력하다. 전략핵은 국가기반 등 광범위한 지역을 파괴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핵무기로, 2차 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이 이에 속한다. 전술핵은 군사목표를 공격하기 위한 국지적 무기로 핵탄두, 핵지뢰, 핵배낭 등이 있다. 6ㆍ25전쟁 이후 우리나라에 배치된 주한 미군 전술핵은 지난 1967년 950기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1980년대 150여기로 줄였다. 이후 냉전의 종식과 함께 지난 1991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 후 마지막 100여기가 모두 철수했다.

이에 앞서 지난 4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보고에서는 북한과의 ‘공포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미군의 전술핵을 재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동철 국민의당 의원은 이 자리에서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유일한 카드가 전술핵 재배치 아니냐”고 송영무 국방부 장관을 압박했다.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도 “전술핵 재배치를 깊이 검토하는 것이 맞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송 장관은 “전술핵 재배치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지만 깊이 검토해봐야 할 사안”이라며 “북한이 핵을 (6차까지)발전시켰기 때문에 모든 상황을 포함해 전술핵 재배치까지 검토하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전술핵 배치 주장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한 마땅한 대응책이 없어 고심하는 분위기다.

국방위 소속 A의원은 “야당에서 주장하는 전술핵을 도입한다고 해도 사실상 군사적인 상황이 달라지는 게 없다”며 “전술핵을 도입해놓고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야당은 책임도 못지는 안보 장사를 하고 있을 뿐”이라며 “당장은 불안하지만 미사일 지침 완화와 외교 공조 등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같은 위원회 소속 B의원은 “향후 북한의 추가 핵실험이 예상되지만 러시아와 중국 등 이해 당사국과의 공조를 통해 북한을 압박하는 수밖에 없다”며 “지난번 사드 임시배치 결정으로 인해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된 부분이 아무래도 악재로 작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당내 중진인 C의원은 “전술핵 배치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고 효과도 없다”며 “최악의 시나리오는 오히려 북한이 전술해 배치를 들고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지전에서 쓰는 무기인 전술핵이 자칫 잘못하면 연평도 포격 같은 상황에서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핵실험을 틈타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등을 언급하며 거래를 암시한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군사적 동맹의 의미를 넘어선 지나친 안보장사라는 지적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북한과 강경대치 국면이 지속될수록 우리나라의 미국 의존도는 커질 수 밖에 없다”며 “엄밀히 말하면 전술핵도 미국에게 선택권이 있는 것이지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당장 미국이 이 상황에서 한ㆍ미FTA를 들고 나온 것만 봐도 알수 있지 않냐”며 “군사 위기가 고조될수록 경제적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agamor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