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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르신 ‘야속한 디지털세상’] “스마트가 뭐요?” ‘2G 노인’ㆍ‘노안 노인’은 스마트를 모른다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전국민이 스마트해진 스마트폰 시대, 노인들이 소외받고 있다. 아직까지 2G폰을 사용하는 2G 인과 카카오택시를 못 써 한달 벌이가 변변치 않은 노인기사 등은 ‘스마트’한 세상에서 자존감마저 하락하고 있다.

스마트폰 없는 ’2G 노인‘…수시로 꺼지는 휴대폰 들고 끙끙= “휴대폰이 자꾸 깜빡깜빡하네. 주인 닮아서. 허허”. 주말 오후 지하철 종로3가역에서 만난 황모(71) 할아버지는 멋쩍게 시간을 물었다. 황 씨는 오래된 휴대폰 배터리가 방전된 탓에 몇 시인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며느리가 사준 황 씨의 낡은 2G폰은 전날 한나절 충전해도 반나절 지나면 늘상 꺼진다. 젊은이들처럼 카페 등지서 휴대폰을 충전하고 싶지만 “여름에 정말 더울 때 맥도날드 1000원짜리 커피 먹는 것도 부담스러워” 꿈도 꿀 수 없다.

황 씨처럼 경제적 이유로 스마트폰 대열에 합류하지 못한 노인들은 수시로 방전되는 2G폰을 충전할 곳이 없어 불편함을 겪고 있다. 줄어드는 2G폰 사용자와 함께 몇몇 지하철 역사에서 제공하던 2G폰 충전 공간도 자취를 감춰서다. 서울메트로가 지하철 5ㆍ6ㆍ7ㆍ8호 역사에서 운영 중인 휴대폰 보조배터리 무료충전서비스 ‘해피스팟’도 2G 폰이 아닌 스마트폰만 충전할 수 있다.

서울 교통공사는 “(2G폰 충전 서비스는) 역무실에서 따로 서비스하는 부분”이라며 ”(노인 유동인구가 많은) 종로, 종각, 을지로 3ㆍ4가, 종로 3ㆍ5가, 명동, 충무로 역에도 충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없다”고 밝혔다. 

[사진=‘터치’ 방식의 식당 무인주문기 사용법을 종업원에게 묻고 있는 노인. 김유진 기자/ kacew@heraldcorp.com]

스마트폰 있어도 ‘노안’이 발목…카카오택시 못 써 월수익 반토막=택시운전사 박용래(51) 씨는 카카오택시를 사용하지 못하는 70~80대 동료 노인 기사들이 안타까워 조작법을 수차례 알려줬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했다. 조작법까진 익히더라도 ‘노안’ 탓에 손님의 콜이 떨어져도 지도를 읽을 수 없다는 것이다. 도착 시간이 늦어진다치면 콜은 취소되기 일쑤다.

박 씨는 카카오택시를 사용하지 않는 동료 노인 기사들이 한 달에 버는 수익이 80~110만원 정도라고 밝혔다. 카카오 택시를 사용하지 않는 임모(73) 씨는 “아픈 곳도 많아서 수시로 병원을 가는데 병가를 안 주고 사납금까지 받으니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스마트폰도 어려운데 ‘터치’하란 기계는 왜 이렇게 많지?”=스스로 ‘젊은 할배’라 자부하던 서울 동작구 박모(66) 할아버지는 햄버거 주문 하나에도 ‘터치’가 필요한 무인주문기가 못마땅하다. 자신은 그나마 배워서 겨우 사용할 수 있었지만 열 몇 살 위인 고참 노인들이 어떻게 사용하겠느냐는 불만이다.

박 씨처럼 패스트푸드점 무인주문대, 영화관 티켓 예매기, 은행 입출금기 등 늘어나는 ‘터치’형 기계의 조작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들은 또 있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 키오스크 앞에서 만난 홍모(73) 씨는 “화면은 스마트폰보다 커서 잘 보이는데도 손가락이 갈라져서 그런가 (화면이) 잘 안 눌린다”고 고 하소연 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지난 1월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은 85%지만 65세 이상에선 10명 중 3명 꼴만 스마트폰은 보유하고 있다. 이마저도 스마트폰을 보유한 노인들 중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노인을 기준으로 하면 ‘스마트 노인’의 수는 또다시 줄어든다. 지자체와 시가 제공하는 스마트폰 활용교육에는 올바른 스마트폰 활용법을 모르는 노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일대일 밀착수업이 필요한 수업 특성 탓에 봉사자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택광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처럼 스마트폰 시대에 노인들이 소외당하며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자존감마저 낮아지는 상황을 “기술 기반 사회에서 볼 수 있는 세대격차의 한 부분”이라며 이들을 안고 가는 ‘가족 같은’ 배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한국은 과거에 가족을 통한 재교육이 이뤄졌던 국가다. 대가족 체제 하에선 손자나 손녀가 새로운 문물을 조부모에게 알려줬다”며 “가족이 해왔던 국가의 역할을 이제는 국가가 나서서 해주는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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