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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아차 통상임금 패소]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1심서 법원 “4223억 지급하라”
- 근로자 통상임금 일부 인정해 노조 청구액의 38.7% 인정
- ‘신의칙’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아…법원 “중대한 경영 위협 주장, 받아들일 수 없어”
- 기아차, 즉각 항소키로
- 산업계와 재계 전반 큰 파장 예고…협력업체, 경제단체 일제 비판 쏟아내


[헤럴드경제=정태일ㆍ이유정 기자]6년간 이어진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에서 법원이 기아차 근로자들에게 지급된 정기상여금과 중식비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사측이 근로자들에게 3년치 4223억원의 밀린 임금을 추가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기아차가 부담해야 할 최종 비용은 최대 1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추산돼 2007년 이후 10년 만의 적자도 예상된다. 

이번 재판부의 판결은 단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법리적 판단을 넘어 기업의 경영 상 위기를 감안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이하 신의칙)’을 전혀 인정하지 않아 산업게 전반에 큰 파장이 따를 전망이다. 


기아차도 신의칙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매우 유감이고 납득하기 어렵다며 즉시 항소 입장을 밝혔다.

새 정부 출범 이래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노동계 현안이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통상임금에서 마저 노조에 일방적인 선고 결과가 나오면서 산업계 전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재판장 권혁중 부장판사)는 31일 오전 기아차 근로자 2만7424명이 사측을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에서 “상여금 및 중식대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이대로 판결이 확정되면 사측은 총 원금 3126억원 및 지연이자 1097억원으로 합계 4223억원의 추가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재판부는 관건이 됐던 신의칙 적용 여부에 대해선 “원고들이 노사가 합의한 임금수준을 훨씬 초과하는 예상외의 이익을 추구한다고 볼 수 없다”며 “기아차의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 초래’ 또는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신의칙이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를 좇아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민법상 원칙이다.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다는 노사 합의가 있고, 노동자의 임금 청구가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할 경우, 사측이 패하더라도 소송금액의 전체 혹은 일부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재판부는 “최근 중국의 사드 보복 및 미국의 통상압력 등으로 인해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보이나 피고가 이에 관한 명확한 증거자료를 제출하지 아니하고 있다”며 “원고들이 마땅히 받았어야 할 임금을 이제야 지급하는 것을 두고 비용이 추가적으로 지출된다는 점에만 주목하여 이를 경제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고 관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아차는 올해 상반기 이익이 절반 가까이 줄고 10년 만에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에 직면했다. 그런데도 당기순이익 실현만으로 최대 1조원 안팎으로 예상되는 임금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고 본 판결에 비난이 따르고 있다. 이익감소는 곧 투자위축으로 이어져 미래 경쟁력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는데도 재판부가 기업의 경영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아가 다른 기업들의 통상임금 소송도 이번 판결로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돼 산업계 전반으로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오늘 판결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서 신의칙을 적용하지 않은 점은 기존의 노사간 약속을 뒤집은 노조의 주장은 받아들여 주면서, 합의를 신뢰하고 준수한 기업은 일방적인 부담과 손해를 감수하라는 것으로 허탈감을 금할 수 없다”며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인정되지 않아 해당 기업과 협력관계를 맺은 수많은 중소기업에 영향을 미친다면 우리 제조업 경쟁력에 미칠 여파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일비는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이 부분에 대한 고정성은 인정하지 않았다.

기아차 노조는 2011년 연 700%에 이르는 정기상여금을 비롯한 각종 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그간 사측이 이를 빼고 통상임금을 계산해 수당을 잘못 지급했으니 그 차액을 돌려달라는 취지다. 청구 금액은 원금 6588억원과 이자 4338억원으로 합계 1조926억에 이른다. 통상임금은 휴일 및 야간근로 수당, 퇴직금 등 각종 수당을 계산할 때 기준이 된다.

이에 대해 사측은 매년 이뤄진 임금협상 등 노사 간 신의를 고려해 신의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노사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전제하에 임금상승률을 그만큼 높여서 합의해왔다는 것이다. 노조측 요구가 회사에 과도한 부담을 준다며 경영상의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3년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갖춘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정기성은 해당 임금이 일정한 간격으로 지급됐는지, 일률성은 모든 노동자에게 일률적으로 지급됐는지, 고정성은 추가 조건 없이 하루 일한 대가로 지급됐는지를 따진다.

kul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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