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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상임금 소송] 법원, 기아차 통상임금 4200억 인정…‘고정성’, ‘신의칙 배제’ 결정적
-‘일비’는 영업활동을 조건으로 지급돼 통상임금 불인정
-‘회사 사정 어렵다’는 사측 주장은 근거 명확치 않다고 결론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31일 법원이 기아차의 1조원대 통상임금 소송에서 4200억 원대 승소판결을 내리면서 가장 비중있게 본 요소는 ‘고정성’이었다. 사측이 꾸준히 주장한 ‘신의성실의 원칙’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재판장 권혁중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기아차 노조 소속 근로자 2만7424명이 사측을 상대로 낸 임금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근로자 측은 1조원대 금액을 청구했지만, 재판부는 원금 3126억 원과 지연이자 1097억 원 등 총 4233억여 원을 사측이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봤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재판부는 상여금과 중식대 등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하루 단위로 지급되는 일비(日費)는 통상임금의 인정 요건인 ‘고정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보고 제외했다. 고정성은 급여가 모든 노동자에게 동일하게 지급돼야 하는 것을 말한다. 이번 사건에서 재판부는 일비의 경우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일부 근로자에게만 지급되는 비용이라고 보고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동안 상여금을 놓고 벌어진 통상임금 소송에서는 대다수가 이 ‘고정성’을 충족했느냐에 따라 결론이 갈렸다. 지난해 같은 취지의 임금청구소송을 당한 현대중공업도 1심에서 통상임금으로 본 명절 상여금 중 상당부분이 항소심에서 근로자 일부에게만 지급됐다고 판단되면서 6000억원에 달하는 임금 지급 부담을 덜었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가 계속되고 있다.

재판부는 다만 사측이 지급부담을 이유로 주장한 ‘신의성실의 원칙’ 법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통상임금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면서도 기업 재정에 지나친 부담을 주는 임금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미 근로자들이 임금협상을 한 이상, 회사 사정이 너무 어려울 경우에는 통상임금 재산정을 이유로 돌려받을 임금 차액 일부를 제한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재판부는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나, 기업 존립의 위태는 모두 모호하고 불확정인 내용이기 때문에 이를 인정하는 데는 엄격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기아차가 이번 판결로 인해 재정적 부담을 질 상황에 놓이는 것은 맞지만, 2008년부터 재정상태가 나쁘지 않고, 근로자들에게 이번 소송 청구금액 이상의 경영성과급을 매년 지급해온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사측이 주장한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한 영업이익 감소라든가 향후 전기차 투자 규모 증대 등은 ‘명확한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통상임금 소송에서 신의칙 적용 여부는 사건마다 결론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 소송에서도 재판부는 조선 경기 악화로 현대중공업의 경영사정이 나빠진 점을 고려해 2009년 12월부터 2014년 5월까지의 임금 차액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결론내린 바 있다.

좌영길기자@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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