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수의 아내는 솔직하게 털어놓은 것이다. 이 멘트가 아무런 문제가 없음은 누구나 다 안다.
연예인의 아내로 사는 게 쉽지 않고, 게다가 인기가 많은 박명수의 아내로서 사는 게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것쯤은 누구나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TV로 본 시청자들의 주된 반응은 “그들만의 리그”라는 것이었다. 이는 박명수나 박명수 아내의 문제가 아닌 기획과 연출의 문제다.
리얼리티 예능 방송에서 출연자가 솔직하게 말해놓고도 싸늘한 시선을 받는 것은 기획과 연출이 받쳐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연예인 가족 예능은 2단계로 접어들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아빠 어디가’나 ‘아빠를 부탁해’ 등 1단계의 관점에서 연출하다가는 대중의 거센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1단계와 2단계 가족예능은 소비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1단계는 연예인과 그들끼리의 ‘가십’이 주로 소비된다. 하지만 2단계에서는 단순히 그들이 사는 행태나 노는 행태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안된다. 시청자들이 그것을 볼 필요를 못느낀다.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일반인의 삶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를 보여주는 기획이어야 힘을 받을 수 있다.
“명수 오빠 부인으로 사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라는 말이 연예인 ‘가십’에 그치기 때문에 이런 것으로는 오히려 비호감을 높일 뿐이다.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대중의 반응에 직면하게 된다.
리얼리티 예능은 서양에서는 일반인이 출연하고 한국에서는 연예인이 출연한다. 처음에 우리도 일반인을 출연시켰더니 시청률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거의 연예인으로 채워졌다. 그것이 한국에서 연예인 가족예능의 이상 비대 현상을 낳게 된 주된 요인중 하나다.
하지만 이제 굳이 연예인과 연예인 가족으로 리얼리티물을 도배할 필요가 없게 됐다. 이재명, 기동민 등 간혹 정치인 등이 나오기도 하지만 이는 찬반양론이 있다. 정치인도 인기와 이미지 변신에서 연예인과 비슷한 구조다.
오히려 연예인도 아니고 일반인도 아닌, ‘하트시그널’이나 ‘내 사람친구의 연애’출연자처럼 리얼리티 예능에 점점 적응해가는 일반인도 많다. SNS나 영상에 익숙한 세대인 이들은 연예인 못지 않은 리얼리티 적응력을 보이고 있다. 연예인과 이들을 적절하게 섞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리얼리티물에서 연예인과 그 가족들이 보여주는 ‘가십’은 이제 효용이 다해가고 있다. 그들만의 리그일 뿐이다. 특혜 시비를 불러 올 수도 있다. 안타깝게도 연출이 이 흐름을 못따라가고 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