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10년간의 무명 시간을 보냈지만 이를 노래로 잘 녹여냈다. 자신의 10년 역사를 노래 한 곡안에 고스란히 집어넣어 내보낼 수 있는 랩이란 게 얼마나 멋있는지를 알게 해주었다.
넉살은 랩 기본기, 실력이 탄탄했다. 질주감 있는 유려한 랩은 ‘쇼미더머니6’ 출연자중에서 독보적으로 보인다. 그는 무대에 올라가면 더욱 강해지는 실전용이기도 하다.
점수를 올리기 위해서는 자극과 동기부여, 경쟁의식(승부근성) 등이 필요하다면, 넉살에게 10년 무명의 시간은 자신과 끊임없이 경쟁하면서 엄청난 내공을 쌓은 시간이다.
넉살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필라멘트’의 가사가 장난이 아니다. 그는 시인이다. 몇백년이 지나면 우리 후손들이 ‘고려가요‘ ‘신라 향가’를 공부하듯 ‘필라멘트‘를 공부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가만히 바라봐/나의 작은 방을 홀로 밝히는 Light/Too many ups and down/언젠가 빛을 다하고 끊어질까‘
‘대학에 떨어진 한국의 스무 살 /알바에서 잘리고 빌라 계단에서/기도를 드리던 순간/세상과의 싸움의 승산 제로란 걸 알았지 그때’
‘그 눈치 없는 열정의 순간들과 다르게/엄마에겐 음악소리가 얼마나 슬펐을까‘
‘작은 방엔 역시 나 혼자 히키코모리/10년을 어떻게 버티냐니 대답은 당연히’
‘가족들의 걱정에 눈귀를 자르고 살면 돼/돌아올 땐 마트에 들르듯/집 한 채 사 올게 사 올게‘
‘변명의 값은 얼만지 계산이 안 돼(중략)/그 반대 앞에서도 딛고 일어서는 담대(중략)/더 좋은 데로 가고 있어 벨트 매’
‘어쩌면 어둠이 더 편할 수 있어 오히려/자유로울 수 있어/Life like filament’
‘필라멘트‘의 가사속에는 넉살이 10년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잘 담겨있다. 세상과 현실은 자신에게 한마디로 ‘벽’이었다. 하지만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하면서도 자신의 믿음을 밀고나갔다.
왜 갈등이 없었겠으며,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겠는가? 팔리지 못해 집안에 수북히 쌓인 앨범을 보고 “이런 쓰레기를 뭐하러 갔다 놓냐’라고 했던 아버지의 말이 가슴을 팠을 것이다. 하지만 좌고우면하지 않았다. 그리고 비로소 넉살은 그속에서 솟구쳐올랐다.
이 노래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애절함의 강도를 높이지 않아도 호소력이 배가된다. 음원이 공개되고 4시간 후인 26일 오후 4시쯤 멜론 차트를 열어왔더니, 역시 이 노래는 행주의 ‘Red Sun’과 함께 최상위권이다.
물론 여기에 피처링으로 참가한 BSK( 김범수)는 최선을 다해 간절함을 더해주는 등 노래의 완성도를 높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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