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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필품 공포①] 프리미엄의 배반…“비싸서 믿고 구입했는데”
-웃돈 내고 구입했지만 되레 피해만
-전문가들 “불신 커질 수 밖에 없어”
-결국 프리미엄 제품 소비자에 외면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가습기 살균제ㆍ프리미엄 분유ㆍ살충제 달걀 등 끊이지 않는 먹거리·생필품 논란에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프리미엄 상품’을 구매했던 소비자들의 분노와 배신감만 증폭되고 있다.

친환경을 표방하는 농가에서 생산된 계란 포장지에는 ‘무항생제’, ‘유기농’, ‘동물복지’, ‘HACCP(해썹ㆍ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등의 정부 친환경 인증 마크가 인쇄돼 있다. 소비자들은 친환경 인증을 받은 ‘프리미엄 계란’을 안전한 먹거리로 인식해 일반 계란보다 두 배가량 비싼 값을 지불했지만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힌 셈이다. 


정부가 지난 21일 발표한 산란계 농장 전수조사와 재조사, 보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피프로닐 등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가 검출됐거나 허가된 살충제라도 기준치 이상 검출돼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가 52곳 중 친환경 인증 농장은 59.6%에 달하는 31곳이었다.

원칙적으로 친환경 무항생제 축산농가는 지난해 10월 관련 고시 개정에 따라 살충제를 사용할 수 없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들 농가는 정부의 관리ㆍ감독이 부실한 틈을 타 규정을 어긴 것이다. 


2011년부터 불거진 ‘가습기 살균제 사태’도 있다. ‘아이에게도 안심’이라는 광고 문구를 믿고 일종의 ‘프리미엄 제품’인 가습기 살균제를 구입한 소비자들은 도리어 봉변을 당했다. 보건복지부가 ‘동물실험 결과 가습기 살균제의 성분인 PHMG, PGH(염화올리고에톡시에틸구아니딘)의 흡입 독성을 확인했다’고 2011년 밝혔을 때 이미 사망자와 피해자는 양산된 상황이었다.

이경무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가 환경부의 의뢰를 받아 진행한 ‘가습기 살균제 사용률과 건강피해 여부 조사’결과에 따르면 1994년부터 2011년까지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된 인구는 350만∼400만명이다. 이로 인해 건강 피해를 경험한 사람은 49만∼56만명에 이른다. 특히 임신부가 있는 가정은 살균제 사용률이 16.5%로 그렇지 않은 가정(2.7%)보다 6.1배 많았고 7세 이하 아이가 있는 가정의 사용률(13.9%)도 그렇지 않은 가정(2.4%)의 5.8배나 됐다.

웃돈을 지불하더라도 안전한 먹거리와 제품을 사용하겠다는 소비자들의 노력이 배신을 당한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향후 프리미엄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김민정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가습기 살균제, 친환경 계란 등 오히려 조금 더 신경써서 좋은 제품을 구매하고자 한 소비자들만 피해를 입었다”며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같은 일이 반복되면 소비자들은 프리미엄 제품과 일반 제품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고 인식해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소비를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그럼에도 일부 소비자들은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는 조합을 통해 식품을 구입하는 등 오히려 더 안전한 상품을 찾아나설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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