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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ㆍ철판ㆍ이끼까지 그대로…‘문화비축기지’ 상암동 명소될까
- 탱크 안에서 서커스ㆍ전시, 밖에선 공연ㆍ장터
- 지열로 냉ㆍ난방 ‘친환경’…도심재생의 ‘좋은 예’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바닥의 돌계단도 그냥 돌이 아닙니다. 탱크 밑바닥에 있던 돌덩이들을 옮겨다가 재활용한 것이죠.”

41년만에 다음달 일반에 완전 개방하는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 내 탱크 원형을 그대로 보존한 T3로 오르기 위해선 야트막한 오르막을 돌계단을 따라 올라야 한다. 최현실 서울시 푸른도시국 공원조성과장은 지난 24일 “4번 탱크(T4)의 바닥을 철거하고 보니 지하에 커다란 돌들이 가득했다”면서 이 돌들을 심어서 계단으로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산업시대의 유물인 석유비축기지를 문화공간으로 개조한 ‘문화비축기지’는 이처럼 알보 고면 그 의미와 탐방의 재미가 배가되는 곳들이 적잖다. 무심히 자라난 이끼, 옹벽, 송유관, 시설 내부 기둥까지 40여년의 역사를 그대로 품고 있다. 

문화비축기지 조성현황. [사진제공=서울시]

▶T~T5, 60~70% 보존, T6는 신설 =월드컵경기장에서 증산로를 건너 기지에 들어서 처음 마주하는 큰 원형의 시설물은 T6다. 외관은 황토색과 국방색 등 만일 사태 시 위장을 위해 보호색으로 처리된 철판을 둘렀다. T6는 면적 2948㎡, 지름 46m, 높이 20m로 전체 탱크 중 가장 크다. 하지만 이는 새로 건립한 커뮤니티센터다. 시는 T1 등 주변 탱크를 해체하면서 벽과 철판 등을 버리지 않고 그대로 가져와 T6를 만들었다. T1~6는 전체적으로 회색빛 노출 콘크리트, 노출천정 등을 써 가급적 원형 그대로의 분위기를 살리고, 튀지 않으면서 주변 암벽이나 산숲과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T6의 왼편에 위치한 T1이 가장 작다. 면적 553㎡, 지름 25m, 높이 15m으로, 콘크리트 옹벽에다 유리 파빌리온을 붙여 넣은 게 특징이다.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다 환한 유리 공간이 나타나면서 극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유리 너머로는 암반이 그대로 비쳐보인다. 암반이 우천시 쓸려내리지 않도록 안전시설을 설치한 것도 확인할수 있다. 이 공간은 소극장으로 쓰일 예정이다.

야외무대인 T2, 복합문화공간인 T4가 기지의 하이라이트로 추후 시민들에게 가장 사랑받을 공간으로 점쳐진다. T2는 입구에서 자연스럽게 경사져 오르면 파르테온 신전 같은 원형극장이 펼쳐진다. 무대를 중심으로 부채꼴로 좌우로 펼쳐진 객석은 높낮이를 달리 한 돌들이 무질서하면서도 질서 정연하게 배치돼 있다. 야외무대 하부에는 또 다른 공연장이 조성돼 있다. T4는 탱크 내부 형태를 활용한 복합문화공간이다. 내부에는 21개의 철근 기둥이 세워져 있는데, 당시 석유 탱크에 있던 기둥을 그대로 둔 것이다. 최 과장은 “서커스 공연도 할 수 있다”고 했다.

T5는 관람객이 360도 이동하면서 석유비축기지의 역사를 한눈에 훏어볼 수 있는 이야기관이다. T3는 석유탱크 원형을 보존한 공간으로 땅 속으로 탱크가 얼마나 깊이 묻혀있는 지를 체험할 수 있다. 

커뮤니티센터로 신설한 T6. [사진제공=서울시]
복합문화공간 T4의 입구. [사진제공=서울시]
상하부를 야외무대, 실내공연장으로 조성한 T2. [사진제공=서울시]

▶지열로 냉난방시스템 가동
=시설 개조와 조경 등 모두 470억원이 들었다. 국제현상공모에서 최종 당선(당선작 ‘땅으로부터 읽어낸 시간’)돼 설계를 맡은 RoA건축사사무소의 백상진 소장은 “건물을 신축하는 것보다 재생하는 것이 비용이 1.5~2배는 더 들어간다”며 “(탱크시설들의)설계 도면조차 없어서, 콘크리트 두께 등을 일일이 쟤서 재 설계해서 비용과 시간이 더 많이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장시간 휘발류, 디젤, 벙커C유 같은 유류를 보관해 오던 공간이어서 토양오염 검사, 시설물 안전 검사도 뒤따랐다.

시는 연간 운영비로 유지보수와 시민프로그램 운영을 포함해 50억원을 예상했다.

대신 지중열을 이용한 냉난방으로 관리비 절감을 꾀했다. 바닥의 지열을 활용해 냉난방을 해결한다. 화장실 대소변기와 조경용수는 각각 중수처리시설(30t)과 빗물저류조(300t)을 통해 생활하수와 빗물을 재활용한다. 백 소장은 “일반 전력 건물보다 70~80%의 에너지가 절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축물은 녹색건축인증, 우수등급, 에너지효율등급 최우수등급 예비인증을 받았으며 준공 후 본 인증을 받을 예정이다.

▶공간 채울 콘텐츠가 관건 =설계ㆍ시공에까지 시민이 참여하고 2년여에 걸친 오랜 기간 동안 공사한만큼 하드웨어적인 부분은 ‘합격’이다. 이 보다 앞서 5월에 개장한 ‘서울로 7017’ 보다 더 심미적이고 주민 친화적인 공간으로 재탄생했다는 게 첫인상이다.

하지만 각 시설별로 어떤 문화콘텐츠를 채우느냐에 따라 향후 시민들의 발길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T5 이야기관은 석유비축기지의 시대별 변천사를 사진과 설명을 곁들여 소개하고 있지만, 아직은 빈약해보이는 게 사실이다.

시는 우선 개원 기념 시민 축제를 10월14일 개최한다. 개원 이후 연말까지 프로그램을 운영할 40개팀은 이미 선정됐다.

열린 마을 장터 ‘달시장’이 매월 둘째 토요일 오후5시~9시에 열린다. 첫 장인 9월9일에는 서커스공연 ‘프로젝트 날다 트렘폴린’과 자전거를 개조한 식당에서 음식을 만들고 공연도 하는 ‘음악축제’가 펼쳐진다.

9월16일에는 ‘마르쉐@문화비축기지’가 대학로에서 이곳으로 장소를 옮겨 장을 연다. 친환경 도시농부와 지역 청년창작자들이 참여하는 시장이다.

우크렐레 음악축제(9월23일) ‘매봉산 생태지도 만들기 워크숍’ 등이 예정돼 있다.

서울시는 “난자 쓰레기 매립장을 이용해 연이어 조성된 평화의공원, 노을공원, 하늘공원, 난지천공원과 최근 대부분 마무리된 상암DMC와 함께 문화비축기지는 난지도 일대 생태 문화복합공간을 완성, 서북권역 녹색도시 서울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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