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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리대 포비아’ 파장①]“대안생리대 싫다는 중학생 딸 어떡하죠?”…학부모 고민
-생리대 불안 크지만 대안용품 학생들에 불편
-생리컵은 거부감…면생리대 관리문제 ‘딜레마’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 경기도 일산에 사는 최모(42ㆍ여)씨는 최근 릴리안 생리대 사건으로 중학교 3학년인 딸아이에게 면 생리대를 권했다가 고민만 깊어졌다. 아이가 “면 생리대는 불편해서 도저히 못 쓰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최씨는 딸아이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었다. 학원과 도서관에 갔다가 12시가 넘어서 들어오는 딸이 밖에서 보내는 시간은 15시간. 사용한 면생리대를 가방에 넣고 다니려면 최대 4~5개를 준비해야 한다. 최씨는 “아이가 학교에서 면 생리대를 가방에 넣는 것도 눈치 보이고 냄새 날까봐 걱정된다고 하는데 충분히 이해가 간다”며 “하지만 일반 생리대는 못믿겠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중학교 1학년과 고등학교 3학년 딸아이를 둔 이모(46)씨는 생리컵이 안전하고 편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막상 딸들에게 권하기엔 망설여졌다. 이씨는 “성인인 나도 생리컵 사용하는 게 낯설고 어려운데 아이는 훨씬 힘들 것”이라며 “사실 아이 몸에 직접 넣는 게 찝찝하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대안생리대의 한 종류인 생리컵.

최근 릴리안 생리대 파문으로 딸아이를 둔 엄마들의 걱정도 늘고 있다.

시중에 파는 일반 일회용 생리대는 유해물질이 있을까봐 찝찝하지만 외부활동이 많은 아이들이 면생리대나 생리컵 등 대안생리대를 사용하는 것도 불편함이 많기 때문이다.

외부활동이 많은 학생들은 사용한 면생리대를 계속 휴대하고 다녀야 하는 불편이 있다. 특히 연령이 낮은 초등학생은 관리가 어렵다는 목소리가 크다. 최근 초경 연령이 낮아지면서 초등학교 4~5학년도 생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2014년 서울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경 평균연령은 11.7세다. 초등학교 아이를 둔 한 어머니는 “맨날 신발주머니도 잃어버리고 오는 아이인데, 면생리대 주머니를 화장실에 두고 오고 오면 어떻게 하냐”며 “생리대 교육을 따로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면생리대는 세탁하기가 번거롭다는 목소리도 많다. 면생리대는 손 빨래를 해야하는데 생리혈 자국이 깔끔하게 지워지지 않을 때는 전용세제를 넣고 삶거나 여러번 헹구는 작업이 필요하다. 

대안생리대의 한 종류인 면생리대.

질 내에 삽입하는 생리컵 역시 아이들이 사용하기엔 어려움이 많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네티즌은 “생리컵이 인체에 안전한지 검증되야할텐데 아이의 몸 안에 넣는다는 게 꺼림칙하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걱정과 불안은 커지면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관련 글이 쏟아지고 있다.

지역 커뮤니티나 학부모 모임 온라인 카페에는 “첫 월경시작하는 초등학생 딸 면 생리대 괜찮을까요?”, “성경험도 없는 학생이 생리컵을 사용해도 되나요” 등 글이 올라와 있다. 하지만 릴리안 생리대 사태이후 급부상한 대안생리대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학부모들은 다른 사람이 사용한 후기에 의지해 생리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 네티즌은 “생리대는 건강과 직결된 중요한 사안인데도 이를 명쾌하게 알려주는 전문가가 없다”며 “딸 아이의 생리가 걱정거리가 될 줄 몰랐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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