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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공족의 반격①] “대기시간 2시간, 30도 푹푹 찌는 도서관서 공부하라구요?”
-덥고 습해 땀 줄줄, 에어컨 앞 자리 쟁탈전도
-중ㆍ고등학교 시험 겹치면 1~2시간씩 대기
-“취업난 심화…눈치 보여도 쾌적한 환경 우선”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라고 욕먹을 거 알죠. 하지만 도서관에 가면 땀이 나서 집중이 안 되는데 무조건 참고 공부할 순 없잖아요.”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는 토익시험 공부를 하고 있던 박 모(24) 양은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가 너무 더운 나머지 카페행을 택했다. 그는 “공부도 환경이 중요한데 도서관은 덥고 습해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난다”며 “토익시험이 당장 모레인데 공부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카페에서 공부하는 카공족이 많아지면서 커피 한잔 시켜놓고 오랫동안 자리를 독점하는 ‘민폐’로 손가락질 받아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이 도서관을 외면하고 카페를 찾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었다. 

[사진=23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도서관의 열람실, 실내 온도가 30도가 웃돌고 있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실내 적정온도 28도? “부채질 하다 힘빠져요”= 카공족이 도서관이 아닌 카페를 찾는 이유는 도서관 열람실을 방문하면 알 수 있었다.

지난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도서관의 열람실을 들어가자마자 무더운 공기가 몰려왔다. 온도계를 꺼내니 실내 기온은 무려 30도. 열람실 책상에 앉은 지 15분만에 온몸이 끈적끈적했다. 이곳에서는 약 20명의 사람들이 말 그대로 ‘땀 흘리며’ 공부하고 있었다.

다음 달 경찰시험을 앞두고 있는 정모(29) 씨는 “너무 더워서 일찍 와 에어컨 주변 자리를 맡아야 한다”며 “늦게 와서 좌석을 맡지 못하면 고생한다”고 말했다. 

[사진=서울 동작구의 한 카페에서 공부하고 있는 수험생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복도에는 부채질을 하며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여럿 보였다. 자판기 앞에서 만난 이모(23) 양은 “더워서 시원한 음료라도 마시면서 공부하고 싶은데 열람실 안에선 마실 수 없기 때문에 나왔다”며 “조용한 분위기는 좋지만 가끔 숨이 막힐 때가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해당 도서관 관계자는 “정부가 정해준 적정온도인 26~28도에 맞추기 위해 한 시간마다 점검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서울의 한 도서관의 열람실 풍경.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취준생 “시간이 금인데 1시간씩 대기해야”= 주말이나 중ㆍ고등학교 시험기간이 겹칠 경우 자리가 없어 허탕 치는 경우도 많다는 지적도 나왔다.

같은날 오후 서울 동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생 최모(28) 씨는 “학생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기간에는 자리가 없어서 여러 번 발걸음을 돌렸다”며 “학원 스케줄로 때문에 도서관에 일찍 와서 자리를 맡을 수 없는 경우가 많은데 한두 시간씩 대기야할 때는 마음이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시험 경쟁률이 점점 높아져 1분 1초가 귀중한데 자리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순 없다”고 말했다.

도서관에 가고 싶어도 찾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학생인 이해연(23) 씨는 “학교는 신촌이고 주말에 토익학원은 강남으로 다니는데 주변에 공공도서관을 본 적이 없다”며 지적했다.

그는 “집, 대학교, 토익학원, 교외활동을 하는 장소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중간에 비는 시간에 틈틈이 공부하려면 곳곳에 있는 카페를 갈 수 밖에 없다”며 고 덧붙였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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