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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충제 달걀 후폭풍] “농약 친 채소는 안 먹었나” 일부 소비자 ‘건강불감증’ 우려
-‘계란 아깝다‘ ‘난 건강하니 괜찮다’는 불감증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지난 16일 서울 은평구의 한 백반집. 직장인 김모(27) 씨는 순두부찌개에 들어있는 달걀을 야무지게 먹었다. 몇몇 손님들은 달걀이 들어가지 않은 메뉴를 고르려 잠시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지만 한달 생활비로 30만원을 쓴다는 김모 씨는 살충제 계란 파동에도 “건강 따져가며 먹을 상황이 아니다”며 아랑곳하지 않았다. 김모 씨는 “지금 잠깐 살충제 성분 나온 것인데 큰 문제 되겠냐”며 “올여름 모기향도 매일 피웠는데 극소량의 살충제 성분이 계란서 나온들 어떻겠냐”며 달걀을 먹었다.

국내 달걀에서 신장ㆍ간 등을 망가뜨리는 살충제 성분 피프로닐과 발암 물질인 비펜트린이 잇따라 검출되면서 식품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급증했지만, 반대로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시민들의 건강불감증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살충제 달걀 파동에도 불구하고 일부 소규모 마트는 대응조치 없이 달걀을 정상판매해 식품안전을 경시한 불감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소형 마트 매대에 계란이 진열된 모습. [사진=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대형마트 3사가 15일 한때 달걀 유통을 전면중단하는 조치까지 취했지만 정작 일부 소비자들은 달걀을 전처럼 먹고 있었다.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는 송현섭(63) 씨는 “계란 한판이 만원 돈인데 아깝게 버리면 못쓴다”며 허허 웃었다. 송 씨는 “농사 짓는 채소에도 다 농약치지 않냐. 계란이라고 깔끔 떨 일 있나. 잘 씻고 잘 삶아서 먹으면 안 죽는다”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은 조리나 열 처리를 해도 감소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저렴한 가격으로 건강을 챙길 수 있는 계란을 포기할 수 없다는 시민들도 있다.

서울 성북구에 거주하는 자취생 송모(27) 씨는 “자취생이 영양소 챙기기 제일 쉽고 저렴한 방법이 우유와 계란을 꾸준히 먹는 것”이라며 “딱히 아픈 곳이 없는 성인이니까 사다 놓은 계란은 그냥 먹었다.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계란인지는 확인하지 않았다”며 경각심을 갖지 않는 모습이었다.

건강불감증은 소규모 마트에서도 발견됐다. 한때 협력농장 검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달걀 전면 판매중지 조치를 취했던 주요 대형마트와 달리 동네슈퍼 및 소규모 마트 등지에서는 별다른 조치 없이 달걀을 정상판매하고 있었다. 16일 오후 종로구 B모 소형마트 매대에는 달걀이 종류 별로 진열돼 있는 모습이었다. 업주 측은 “파동 이전에 들여놨던 계란을 계속 판매하고 있었다”며 “마트로 유통되는 경기도의 달걀 생산지 한 곳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공문도 마침 내려왔길래 (살충제 달걀 파동으로 인한) 조치를 따로 취할 계획은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건강불감증을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계란은 매일 평생 먹는 사람도 있는 식품”이라며 극소량이라도 계속 검출되는 상황은 위험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살충제 달걀에 포함된 유해 성분이 먹고 당장 죽을 정도가 아니라고 해서 맘 놓고 먹어도 된다고 얘기해줄 수 있는 곳이 없는 상태”라며 “조사 결과가 명확하게 나올 때까지는 며칠만이라도 시간을 가지고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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