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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충제 달걀 쇼크]”친환경도 이런데 일반 달걀은 어떻겠나“ 시민들 불안 증폭
-출하 금지 전 최소 16만개 유통 가능성
-시민들 “살충제 달걀 섭취 안했나” 불안
-친환경 인증 제품에 대한 불안도 가중


[헤럴드경제=사건팀] 경기도 성남에 사는 주부 손혜진(30ㆍ여) 씨는 ‘살충제 달걀’ 파동이 일자 너무 속이 상했다. 갓 돌이 지난 딸에게 영양가 높은 이유식을 먹이려 달걀 요리를 많이 해줬기 때문이다. 요즘은 지금껏 딸에게 먹인 달걀 가운데 문제가 된 ‘살충제 달걀’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루종일 걱정된다는 것이 손 씨의 설명이다. 손 씨는 “늘 항생제가 사용되지 않은 친환경 방목 유정란을 먹였는데, 오히려 친환경 제품에서 살충제 성분이 나왔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이번 파동이 어느 정도 가라앉아 달걀 판매가 재개되더라도, 무서운 마음에 앞으로 달걀을 구매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16일 서민들의 밥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식재료 가운데 하나인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시민들의 불안감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정부는 살충제 달걀에 대한 출하가 금지되기 전까지 약 8일간 최소 16만개의 살충제 달걀이 시중에 유통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해당 농장주가 피프로닐 성분 살충제를 사용한 건 지난 6일이 처음이라고 진술했지만, 이전에도 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피프로닐 성분 살충제가 남아있는 달걀이 판매돼 식탁에 이미 올랐을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시민들은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직장인 이모(29) 씨는 “아침식사로 편의점에서 삶은 달걀을 구매해 해결해왔는데, 그동안 먹었던 것이 괜찮았나 찜찜하다”고 했다. 주부 김윤진(56) 씨는 “곧 집안에 제사가 있어서 부침용 달걀을 한 판 사둬야 하는 상황에 어떻게 해야하나 걱정이 된다”고도 했다.

특히, 친환경 인증을 받은 업체에서 생산한 달걀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하자 시민들이 받는 충격은 더 큰 상황이다. 조금이라도 더 건강한 밥상을 차리기 위해 친환경 인증을 받은 제품을 구매했오던 시민들은 우려를 넘어 분노의 감정을 표출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주부 전효순(58ㆍ여) 씨는 “달걀 요리를 특히나 좋아해 매주 한판 이상 소비하고 있는 남편을 위해 친환경 달걀을 구입해왔었는데, 이런 사태를 맞이하고보니 오히려 남편과 가족들에게 더 위험한 음식을 먹인 것이 아닌가 자책하게 된다”며 “친환경 인증을 받았다는 달걀조차 이 모양인데 일반 달걀들은 오죽하겠느냐”고 말했다. 직장인 조정근(34) 씨는 “친환경 농가에서 나온 제품이라해서 조금 더 비싼 가격을 치르면서도 안심하고 구매해왔는데 배신감이 든다”며 “정부가 인증한 친환경 제품도 믿지 못한다면 어디서 어떤 먹거리를 사야할 지 너무나도 혼란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일을 계기로 대부분 농가에서 민간업체에 수수료를 지불하고 처리하고 있는 친환경 농수산물 인증제도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민간업체에 의한 친환경 인증절차는 인증신청자가 서류를 제출한 뒤 ‘인증신청비, 출장비, 출장관리비’ 등의 인증수수료를 내고 심사 받은 뒤 ‘친환경 업체’ 여부가 결정된다. 농산물품질관리원은 ‘사후관리’ 역할을 담당한다.

이승신 건국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달걀은 대한민국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밥상에 활용하는 필수 음식이고, 오래전부터 각종 제도를 도입해 안전성을 강조해 온 품목이었던 만큼 이번 결과가 매우 안타깝다”며 “이번 사태를 조속히 정리하는 것은 물론이고 재발 가능성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무너진 신뢰를 다시 되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예견된 문제였지만, 정부가 사태 발생 직수 농가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서겠다고 한 부분은 늦었지만 잘한 결정이라 본다”며 “이번에 문제된 성분 이외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성분이 포함된 제품이 없는지 하루빨리 정부가 가려주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토대로 농가에 대한 교육 강화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재발방지에 나서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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