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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강신청 번호표 뽑으러”…방학에 등교하는 학생들
“학교 전산실 수강신청 유리” 속설
“학점 높게 받자” 컴퓨터실 북새통


서울의 한 사립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 박종훈(26) 씨는 지난 7일 교내 컴퓨터실을 찾았다. 기숙사에 살던 박 씨는 방학을 맞아 집인 대전으로 내려갔었지만, 컴퓨터실을 가려고 전날 친구의 자취방에서 잠까지 잤다. 방학 때 잠시 하던 아르바이트는 사장에게 사정을 설명해가며 이틀 쉬기로 했다.

이날 컴퓨터실을 쓰기 위해 모인 학생들 사이에서 운 좋게 번호표를 받았다. 순서가 밀리며 번호표를 받지 못한 학생은 그대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번호표를 받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는 박 씨는 다음날 다시 컴퓨터실을 찾았다. 이번에는 진짜 수강신청을 하기 위해서였다. 수강신청 시작 시각에 맞춰 알람이 울리자 1분도 안 돼 대부분 과목의 정원이 모두 찼다. 박 씨도 원하던 5과목 중 3과목밖에 수강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비교적 풍작(?)이라며 위안을 삼았다.

박 씨는 “그나마 학교 컴퓨터실에서 수강신청을 했기 때문에 3과목이라도 성공할 수 있었다”며 “수강신청에 성공하려면 학교 컴퓨터실에서 해야 한다는 얘기를 신입생 때부터 들어와 학기마다 이런 난리를 치르고 있다”고 토로했다.

박 씨의 경우처럼 수강신청 기간이 다가오면 대학 내 컴퓨터실은 방학 때에도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인다. 건물마다 컴퓨터실 자리를 차지하려고 경쟁이 붙기도 하고 학생회에서 나서 통제를 하는 경우도 흔하다. 수업은 절대적으로 부족한데 인기강좌에 학생들이 몰리면서 수강신청 경쟁이 과열된 탓이다. 게다가 학생들 사이에서는 ‘수강신청을 잘하려면 학교 컴퓨터실에서 해야 한다’는 말까지 퍼져 수강신청을 위해 상경을 하는 학생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수강신청 때마다 학교 컴퓨터실이 붐비는 현상에 대해 학교 측도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사양이 좋은 컴퓨터로 하면 분명 유리한 점이 있겠지만, 학교 컴퓨터실이라고 해서 유리한 것은 아니다”라며 “원래는 집에서 수강신청이 힘든 인근 자취생들을 위해 컴퓨터실을 운영했는데, 점차 상경까지 하는 학생들이 늘어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과열된 취업 경쟁과 부실한 대학인프라가 문제라는 분석도 있다. 이명서 한국사회심리연구원 연구사는 “만연한 취업 불안감이 과도한 학점 경쟁으로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수강신청 과열 현상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최근 부는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학점에 대한 학생들의 집착은 더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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