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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도 파견근무 중 패혈증으로 사망한 한국전력공사 직원 ‘업무상 재해’ 인정
-法 “취약한 의료기관 접근성으로 치료기회 상실”

[헤럴드경제=이유정 기자]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 강석규)는 한국전력공사 우도지사에서 배전 업무를 담당하던 중 패혈증으로 숨진 민모(58) 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지난 1984년 7월부터 한국전력공사 서귀포지사에서 일했던 민 씨는 2013년 12월 제주도의 부속도서인 우도지사에 순환근무로 파견됐다. 그는 파견 11일 만인 12월 27일 폐렴에 걸렸고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목숨을 잃었다.


만성 질환을 앓았던 민 씨는 28년간 한 번도 우도에서 일한 적이 없었지만 2013년 5월 한국전력공사 제주본부의 규정이 바뀌며 파견 대상자가 됐다. 본부는 우도의 배전전기원 근무형태를 1년 단위 상주근무에서 1개월 단위 교대근무로 변경했고 기존에는 파견을 면제받았던 만성 질환자도 우도로 보냈다.

하지만 우도의 근무 환경은 열악했다.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만 배가 운항해 제주와의 접근성이 떨어졌고 가족과도 떨어져 지내야 했다. 더욱이 1인 근무체제로 상시 대기상태에서 일하며 야간 및 휴일에도 고장신고가 들어오면 언제든 출동해야 하는 부담감에 시달렸다. 휴가를 쓰기 위해선 본부와 협의해 대체근무자가 파견돼야 해 절차가 번거로웠다. 무엇보다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도 없었다.

사망 사흘 전인 12월 27일 민 씨는 딸과 통화하며 ‘감기몸살 증세가 심한데 혼자 근무하는 상황에서 자리 비우기가 힘들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당시 기상악화로 배가 운행하지 않은 탓에 딸은 이튿날 비로소 우도에 도착해 민 씨를 돌볼 수 있었다. 평소 만성신부전 등 질환을 앓았던 그의 병세가 급격히 나빠진 후였다.

민 씨는 이튿날 우도보건지소를 찾았으나 폐렴에 대한 치료는 받지 못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급기야 의식을 잃은 민 씨는 12월 29일 배를 타고 제주한라병원으로 응급 이송됐지만 만성신부전증과 폐렴에서 비롯된 패혈성 쇼크(각종 독소에 대한 면역반응으로 온몸에 염증이 생기면서 장기가 손상되는 패혈증이 악화돼 혈압이 떨어지는 것)로 다음날 결국 숨졌다.

이에 유족은 ‘갑작스러운 근무환경 변화와 정신적 스트레스로 폐렴에 걸렸고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쳐 민 씨가 사망했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청구했지만, 공단은 이를 거절했다. 개인적인 질환에 의한 발병으로 판단되며 치료가 지연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러자 유족은 행정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민 씨의 지병으로 인한 면역력 약화가 폐렴 발병의 중요한 원인이 됐다 하더라도 그 무렵 우도 파견근무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 및 1인 근무체제 역시 폐렴을 유발하는 요인이 됐다”며 “우도의 취약한 의료기관 접근성으로 인한 적절한 치료기회의 상실이 폐렴을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시켜 사망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으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민 씨가 제주에 근무했다면 27일께 바로 병원에 가서 적절한 진료를 받을 수 있었을 것임에도 의료기관이 없는 우도의 근무환경으로 인해 29일까지도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했다”며 “29일 오전 무렵에야 상태의 위중함을 알아차렸으나 제주에 있는 의료기관까지의 이송 시간으로 인해 적시 치료를 받지 못해 생존 가능성이 더욱 낮아진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kul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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