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현장에서]‘누워서 침뱉는’ 경찰 수뇌부
“수사권 조정 문제도 있고 인권경찰 개혁 제대로 하는지 국민들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는데 지휘부가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

이철성 경찰청장과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 간에 불거진 ‘촛불집회 비하 발언’ 논란을 둘러싼 일련의 혼란 상황을 지켜본 일선 경찰관의 한숨섞인 한 마디다. 이 한마디가 현재 경찰이 겪고 있는 내홍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청장이 ‘민주화 성지’라는 촛불집회 시기 광주경찰청 SNS 표현에 대해 당시 광주경찰청장이었던 자신을 질책했고 좌천성 인사발령을 냈다는 강 교장의 폭로로 불거진 이번 사태는 양측의 반박과 재반박이 이어지면서 ‘이전투구’ 양상으로 번지는 기세다. 이 청장 측은 “SNS 표현이 아니라 비상시국에 휴가를 가려는데 대해 질책한 것”이라고 반박했고 강 교장은 “이 청장이 ‘촛불로 정권이 무너질 것 같으냐’고 했다”며 경찰의 정치적 중립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후 강 교장이 부하 직원을 부당 징계했다는 의혹과 함께 각종 비위로 감찰과 수사의뢰 됐다는 사실이 흘러나오면서 서로에 대한 ‘흠집내기’가 반복되고 있다.

경찰 안팎에서는 두 사람의 기 싸움이 조직의 치명적 약점을 외부로 노출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찰 총수가 촛불집회 시국에서 정권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 제기는 충격적이다. 검찰과의 수사권 조정 국면을 앞두고 경찰이 과연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시민의 인권을 보호하며 검찰이 휘둘러온 수사권을 대신 행사할 준비가 됐느냐는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강 교장 역시 본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지금에서야 문제제기를 했는지 그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여러 비위 의혹으로 중징계 결정을 앞둔 상황에서 터져나온 의혹이라 더욱 그 의도에 의구심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누워서 제 얼굴에 침을 뱉는’ 경찰조직을 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따갑다는 점이다. 자기 조직 내부의 갈등을 관리하지 못하고 외부로 잡음을 내는 조직에 시민들의 안전과 국가의 안위를 맡길 수 있느냐는 불안감이 크다. 대통령 경호 업무, 대형 사건에 대한 특수수사, 대공정보 수집 등 굵직한 기능을 경찰에 주고 인권경찰의 책임을 지운다는 문재인 정부의 큰 그림에 경찰이 스스로 먹칠을 하고 있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

why37@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