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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왕관의 무게’를 견딜 자는 누구?
정부가 강력한 8ㆍ2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후 세간의 관심은 온통 금융당국의 ‘입’에 가 있다. 금융당국이 이번 달 중으로 발표할 가계부채 종합대책까지 나오면 ‘주택대출 규제 종합판’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그간 국내 부동산이 유례없는 저금리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 그리고 이를 활용한 가계 신용(대출)으로 지탱해 온 만큼 당국의 규제 강도에 따라 시장의 향방이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가계부채 대책의 핵심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과 신DTI(총부채상환비율)의 도입으로 요악된다. DSR은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신용대출, 카드론 등 모든 금융권의 대출 원리금을 연소득으로 산정해 대출한도를 정한다. 이전에 없던 강력한 규제가 될 수 있다.

DSR 세부기준을 두고 금융당국과 은행이 핑퐁게임이다. 금융당국은 ‘제2의 LTV(주택담보인정비율)ㆍDTI’가 돼선 안된다며 획일적인 기준을 제시하기 보다 은행 ‘자율적’으로 DSR을 시행하라는 입장이다. 은행들이 자체적인 심사 없이 등 금융당국의 기준을 ‘면죄부’처럼 악용해왔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은행들은 자율적인 DSR 기준으로는 정책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당국이 가이드라인을 명시하라는 주장이다. DSR 기준을 까다롭게 하면 영업차질을 우려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논리다. 지난 4월 DSR을 먼저 도입한 국민은행은 대출 승인율이 도입 전과 비교할 때 1%포인트도 차이가 나지 않았다.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지정으로 대출 규제가 강화된 마당에 DSR 기준까지 엄격하면 여론의 뭇매를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 금융당국이 좀처럼 입 밖으로 내지 않은 ‘업계 자율’이란 말이 지금 나온 것도 이상하고, 자율보다 규제를 택하겠다는 은행의 의중도 의심의 여지가 있다.

DSR을 포함한 가계부채 대책은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정책이다. 주무 부서인 금융당국이 정책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어떤 수려한 논리를 들이대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은행 역시 지금까지 ‘전당포 주인’이라는 오명을 쓰며 리스크 관리 능력을 의심받아왔다. 당국이 모처럼 차려준 ‘업계 자율’이라는 밥상을 차버리는 것은 그 오명이 맞다고 확인시켜 주는 것에 불과하다.

외환위기 이후 금융당국은 강력한 권한으로 금융권의 ‘갑 중의 갑’으로 군림해왔다. 금융회사들은 ‘을’이었지만 수익성을 챙겼다. 올 상반기 은행권은 8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거뒀다. 기업대출을 줄이고 가계대출에만 집중한 결과다.

당국은 정책에 대한 이해와 큰 틀의 기준을, 은행은 정책 방향과 내부 사정에 맞는 DSR 기준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한다. 왕관을 쓰려면 그 무게를 견뎌야 한다. 권한에는 책임이 따른다. 권한만 누리고 책임을 피하는 행위가 ‘비겁’이다. 

carr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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