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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울어진 운동장 탓?”… 코스닥 주주 ‘코스피行’ 요구 봇물
- 개인투자자 “개미들은 코스닥 지킴이 아냐”
- 외인ㆍ기관 몰리는 ‘수급 정상화’ 기대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셀트리온 주주의 ‘코스피 이전상장 요구’와 맞물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종목을 보유한 주주 사이에서도 이전상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코스피가 사상 최대치를 찍는 동안에도 코스닥은 부진한 수급 등으로 ‘도매급’ 찬밥신세를 겪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시장의 신뢰 문제와도 연결돼 눈 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대장주’ 셀트리온은 소액주주의 코스피 이전상장 요구에 따라 임시 주주총회 소집 여부를 검토 중이다. 앞서 셀트리온 소액주주 운영위원회는 수급 확보와 공매도 근절의 해법으로 이전상장을 요구하며 임시 주총 소집을 위해 소액주주로부터 동의서를 받았다. 소액주주의 지분이 3% 이상인 것으로 파악되면 임시 주총이 열린다.

이런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자 인터넷 주식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이전상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이전상장을 통해 코스닥 할인요소를 떼고 기관과 외국인의 참여, 코스피 추종 펀드 등으로 ‘수급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대다수다.

코스피 이전상장을 원하는 기업은 신규상장과 동일하게 규모요건, 분산요건, 경영성과, 안전성 및 건전성 요건 등을 충족해야 한다. 이 중 기본요건(자기자본 300억원 이상, 상장주식수 100만주 이상, 전년 매출액 1000억원)에 해당하는 코스닥 상장사는 443개다. 각 요건을 실제로 충족하는 상장사는 대부분 시총 상위사다.

CJ E&M 등 코스닥 시총 상위종목을 보유한 투자자 A씨는 “코스피로 옮기면 패시브 자금들이 유입되면서 수급이 개선될 것”이라며 “도매급으로 찬밥신세를 당하느니 갈 수만 있다면 코스피가 낫다”고 말했다. 또 다른 투자자 B씨는 “주주들은 코스닥 지킴이가 아니다”라며 “코스닥 환경이 좋았다면 우량주들이 떠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상장한 카카오의 사례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달 10일 이전상장 후 카카오뱅크 출범 등의 호재가 겹치며 주가가 10% 가까이 치솟았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카카오 등 이전상장 후 주가가 오른 기업이 있기 때문에 주주들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며 “다만 주가 상승이 단순히 이전상장 효과인지, 아니면 개별 호재에 따른 것인지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2010년 이후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상장한 종목의 주가는 크게 엇갈렸다. 업황 개선에 맞물린 하나투어(63.24%), 에이블씨엔씨(200.61%), 무학(136.68%), 신세계푸드(7.70%) 등은 이전상장 1년 후 주가가 모두 상승했다. 반면 이전상장 1년차인 동서와 한국토지신탁은 여전히 고전 중이다. 이전상장 이후 전날까지 주가는 각각 17.23%, 7.94% 빠졌다.

주주들의 이 같은 요구는 결국 코스닥시장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전상장에 따른 효과가 엇갈림에도 주주들이 이를 주장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코스닥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부진한 수급이나 불공정 거래 등을 벗어나 주가가 올라갈 방법을 찾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 시장은 “이전상장을 원하는 주주들은 수급 이외에도 시장의 투명성 면에서 코스피가 낫다는 생각도 하고 있을 것”이라며 “이런 논의가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코스닥은 코스피의 2부 시장이라는 인식이 고착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a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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