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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한의 리썰웨펀] ‘60년간 한통속’ 軍 개혁은 요원…박찬주 처리도 용두사미?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김광진 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은 2주전 국방부의 비상식적인 개혁에 대해 일갈했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직을 수행한 김 의원은 북한군 노크 귀순 사태의 진실을 맨 처음 알렸고, 수십년간 지체된 육군 수통 교체사업을 이뤄냈다. 또 사이버사령부 비위활동 등 다양한 군 내부 문제점을 밝힌 국방 전문가다.

그는 지난 28일 김어준의 파파이스 방송에 출연해 우리 군의 이해할 수 없는 개혁 추진방향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방송에서 “사이버사령부 전현직 사령관이 구속됐어요. 그러면 우리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어떻게 되야하냐면 사이버사령부를 거의 해체 수준으로 개혁해야 돼요. 그런데 국방부는 어떻게 했느냐. 사이버사령관이 원스타거든요. 그러니까 원스타여서 안된다. 이러면서 투스타로 바꿔줬죠. 투스타로 사령관을 바꾸면 부관으로 원스타가 또 오고. 당연히 (장성) 자리들이 계속 늘어나는잖아요. 우리가 생각하는 상식적인 개혁과는 아주 동떨어지게 이 군이 유지되고 있는 거죠”라며 군의 이해할 수 없는 행태를 비판했다.

이 지적에 대해 진행자 김어준은 “회사가 있다고 쳐봐요. 한 60년 된. 그런데 그 회사 주요 임원진은 60년 간 같은대학 출신이야. 그런 회사가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군이 그런거와 비슷해요”라며 분노했다.


공관병 ‘갑질’ 의혹 당사자인 박찬주 제2작전사령관의 부인 전모씨가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에 소환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김어준은 “일단 육사를 나와야 국방장관이 되고, 다 선후배 사이고 전화하면 다 아는거다. 눈감아 줄 수 있고 새나갈 이유가 없는거다. 자기들끼리만 입만 다물면. 군이라는 조직이. 그래서 이 회사는 자기들끼리 해먹을 수 있다는 굳건한 믿음이 있는거예요”라고 덧붙였다.

그는 “검찰끼리 자기들 결속이 강하다고 하는데 그안에 무수한 대학출신들로 구성된다. 그런데 여기(군)는 그냥 대학 하나만 있다고 보면 된다. 그것도 10년, 20년이 아니라 국군 창설 뒤로 계속 해먹는 거다. 같은 라인이”라며 또 한 번 분노를 뿜었다.

▶김광진 “군 개혁, 상식과 동떨어져”, 김어준 “극형에 처해야”=김어준은 “(군인들은) 총을 든 직장인이다. 이거는 박살을 내야 한다. 뿌리를 뽑아야 한다”며 “나는 사형 반대론자이긴 하지만, 이 (방산비리) 경우에는 사형에 준하는 극형에 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 적폐에 대한 비난이 들끓는 가운데 군이 문재인 정부 들어 고강도 개혁을 해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박찬주 육군 제2작전사령관(육군대장) 부부의 공관병 갑질 논란을 군이 어떻게 처리할 건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박찬주 부부 논란이 당장 군의 개혁의지에 대한 리트머스 용지로 작용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그러나 60년간 비상식적 관행을 이어온 군이 이번에 과연 다른 모습을 보일지는 의문이다.

군인권센터는 지난 6일 공관병 상대 갑질 의혹이 연일 제기된 박찬주 육군 제2작전사령관에 대해 군 검찰이 사실상 수사를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센터는 6일 보도자료를 내고 “국방부 검찰단은 박찬주 사령관과 사령관 부인에 대해 긴급체포와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배제하고 있다”며 “지난 5일 검찰 수사관들이 2작전사령부를 방문했으나 영장을 가지고 가지 않아 사실상 시간 끌기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8일 장군 인사가 예정됐고 이후엔 강제수사가 불가능에 가까워 수사 난맥상이 예상된다”며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엄정 수사 의지를 피력했음에도 수사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점에서 볼 때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 의지에 의심이 든다”고 강조했다.

이날 센터는 박 사령관은 물론 육군 교육사령관 장모 중장, 28사단장 윤모 소장 등 다른 장성들의 갑질 의혹을 추가로 폭로했다.

센터에 따르면 박 사령관은 7군단장 재임 시절 공관 경계병을 70여평 규모의 공관 텃밭 관리에 투입해 사실상 ‘농사병’으로 부렸다. 경계병들은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텃밭에서 그날 사령관 가족이 먹을 만큼 작물을 수확했다.

7군단 복지시설인 ‘상승레스텔’ 휴무일인 월요일에 시설로 식사하러 와 관리관과 근무병이 모두 휴무를 포기하고 출근하는 일도 빈번했다고 한다.

고깃집인 레스텔 식당에서 팔지 않는 돌솥밥 포함 한정식 등의 메뉴를 요구해 한 번 쓰기 위한 돌솥을 구매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센터에 따르면 박 사령관이 주로 회를 주문하는 바람에 관리관이 경기도 이천의 레스텔에서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까지 가서 회를 떠와야 했다. 갑자기 식사를 취소해 횟값을 관리관 사비로 처리하기도 했다.

7군단장 시절에도 공관병 상대 갑질이 이어졌다. 요리를 전공한 공관병에게 “너같은 게 요리사냐”, “머리는 장식이냐”, “머리를 뽑아다가 교체해주고 싶다” 등 폭언을 일삼았다.

2작사 공관병에게 채웠다는 호출용 전자팔찌는 7군단장 시절부터 사용했다고 한다. 호출벨을 한 번 누르면 조리병, 두 번 누르면 운전병이 가야 하는 식이었다.

군인권센터는 “다른 장군의 갑질 제보도 이어지고 있는데 부적절한 인사가 장군으로 진급했다가 훗날 문제가 드러나 인사 공백이 생기면 군 전력의 큰 손실”이라며 “장군 인사를 연기하고 인사 검증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사령관은 국방부에 전역지원서를 제출한 상태다.

▶군 인권센터 “군 검찰, 박찬주 수사 포기”…또 봐주기 수사?=예정된 군 수뇌부 인사가 강행될 경우 박 사령관의 전역은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박 사령관이 전역할 경우, 이번 갑질 논란 수사가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만약 이번 인사에서 4성장군인 박 사령관이 보직을 얻지 못하면 전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 사령관에게 정책연구관 등의 보직을 주고 군 검찰 수사를 계속하는 방안도 검토됐지만, 법규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박 사령관이 전역해 민간인 신분이 되면 민간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한다. 이번주 군 수뇌부 인사가 발표되면 후임 제2작전사령관 취임까지 남은 시간은 5~6일 정도다.

군 검찰은 이번 군 수뇌부 인사에서 박 사령관이 전역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수사를 최대한 빨리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군 당국은 군 검찰 수사 기간이 촉박하다고 보고 최대한 속도를 내 수사하고 그 결과를 민간에 이첩한다는 계획이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4일 취임 후 처음으로 한미연합사령부를 방문해 빈센트 브룩스 연합사령관과 함께 군부대를 사열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한편,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7일 오전 11시 육해공군 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를 긴급소집해 박찬주 사령관의 공관병 논란에 대한 해결방안을 논의했다.

이 회의에는 이순진 합참의장, 장준규 육군참모총장, 엄현성 해군참모총장, 정경두 공군참모총장, 임호영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 전진구 해병대사령관, 조현천 기무사령관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장관은 회의에서 공관병뿐 아니라 편의 및 복지시설 관리병을 포함한 비전투 분야 병력 운용 실태를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관병 운용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다. 박 사령관의 갑질 논란에 대한 해결방안을 마련한다면서 벌써부터 군 특유의, 일반인 관점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결과가 도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김광진 전 의원이 지적했듯이 사이버사령부 전현직 사령관 구속 뒤 나온 군의 대책은 사이버사령부의 해체 수준의 개혁이 아니었다. 오히려 사이버사령관의 ‘투스타 격상’이었다. 박찬주 사령관 부부 논란에 대한 군의 해결방안 또한 이런 식이 아니길 다수의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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