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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명 檢’ 빼든 문무일호…검찰 수사기록 빗장 열까
檢 “내부규칙 근거 공개 신중해야”
法 “보존규칙은 행정규칙에 불과”
문총장도 “공개범위 확대 하겠다”


“수사가 종결된 후에도 기록의 공개 범위를 전향적으로 확대해 불필요하게 제기되는 의심과 불편을 거두어 드리겠습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 달 취임사에서 ‘투명한 검찰’을 강조하며 그 일환으로 수사기록 공개에 대한 의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냈다. 수사기록 공개에 보수적이었던 검찰 관행에 대해 개선을 시사한 것이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국민의 알 권리와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재판이 확정된 사건의 경우 본인의 진술서는 물론 피의자 신문조서와 같은 타인의 진술서까지 검찰청에 열람ㆍ등사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검찰이 불기소한 사건기록과 진정ㆍ내사 사건기록도 본인의 진술이 기재된 것에 한해 열람ㆍ등사를 청구할 수 있다.

2015년 허위세금계산서 교부 등의 혐의로 형이 확정된 A 씨는 지난해 검찰에 자신의 거짓말탐지기 조사결과 사본을 공개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검찰은 ‘범죄 수사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정보’라며 불허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A 씨가 청구한 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달 7일 “수사와 감정 기법상의 기밀이 포함돼 있다고 보기 어렵고 공개 시 수사기관의 직무수행을 곤란하게 한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검찰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검사의 비공개 처분을 두고 검찰의 사건 처리에 의문을 가진 고소인이나 피의자들을 중심으로 그동안 불만이 제기돼 왔다. 문 총장도 인사청문회에서 “저희들 생각에도 과도한 제한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수사기록 공개 거부의 근거로 ‘검찰보존사무규칙’을 제시한다. 법무부령인 검찰보존사무규칙 22조는 사건관계인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생명ㆍ신체의 안전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거나 수사 방법상의 기밀이 누설될 우려가 있는 경우 수사기록의 열람이나 복사를 제한하고 있다.

공범의 증거인멸 또는 도주를 용이하게 할 우려가 있거나 관련 사건의 수사나 재판에 중대한 장애를 가져올 우려가 있는 경우에도 검사는 기록의 열람ㆍ복사를 불허할 수 있다.

그러나 검찰의 불허 처분에 불복해 제기된 행정소송에서 법원이 검찰의 거부 사유를 인정할 수 없다며 되레 공개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이어지면서 검찰의 폐쇄적인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높다.

문 총장도 “검찰보존사무규칙에 따라서 대부분 불허 처분을 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인데 이 규정이 행정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좀 배치되는 면이 있다”며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원의 열람ㆍ등사 허용결정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이행하지 않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검사가 이행하지 않을 경우 법원이 재판절차를 중지하거나 공소기각 판결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지난 6월 발의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공판절차 중지가 오히려 범죄 피해자에게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개인정보 유출 문제 역시 수사기록 공개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6월 “검찰이 사건기록 열람ㆍ등사 때 타인에게 제3자의 정보를 유출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라며 지적한 바 있다.

검찰 관계자도 “자기 진술에 대한 공개 요청은 규정에 따라 대부분 허가하지만 문제가 되는 건 타인에 관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법원도 민감한 개인정보에 대해선 비공개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하고 있다. 수원지법은 올 5월 자신을 폭행한 상대방의 사진과 전과기록, 주민등록번호, 학력, 종교 등이 담긴 기록을 공개하라며 이모 씨가 검찰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일부 기각한 바 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수사기록 공개는 관련 규정들을 바꿔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현재 담당부서에서 우선과제로 검토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김현일 기자/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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