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60년 北中혈맹, 역대 최악 상황으로 치닫나
-유엔제재 동참한 中, 北에 “핵ㆍ미사일 추가 도발 말라” 경고
-북, 외교채널 통해 中에 강한 불만 표시한 것으로 관측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북한의 잇단 핵ㆍ미사일 도발로 60년 넘게 유지돼온 ‘북중 혈맹’이 역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은 최근 미국이 주도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71호’ 만장일치 처리에 동참한데 이어, 북한에 “더이상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하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에 북한은 수출액 3분의 1 토막을 잘라낼 유엔의 대북제재에 ‘피를 나눈 혈맹’인 중국이 가세한데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져 북중 관계가 급속하게 얼어붙고 있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차 필리핀 마닐라를 방문한 리용호 북한 외무상(왼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6일(현지시간) 양자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왕 부장은 이날 회담에서 북한에 “더이상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하지 말라”고 촉구했다고 관영 인민망이 보도했다. [사진설명=연합뉴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유엔안보리의 이번 대북제재안 만장일치 통과는 미국이 주도한 측면이 강하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중국이 미국에 공조해 주요 외화벌이 통로를 막았다는 점에 대해 강한 불만을 품을 것”이라며 “북ㆍ중 관계가 이미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제재안이 통과되면서 양국 관계가 역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7일 중국 관영 인민망 등 외신에 따르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전날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회의장인 마닐라의 국제컨벤션센터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양자회담을 개최한 자리에서 “더이상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왕 부장은 이날 양자회담 직후 취재진에 리 외무상과 “심도있는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왕 부장은 리 외무상에게 “안보리가 발표한 대북제재 결의에 냉정하게 대응할 것을 촉구했으며, 안보리와 국제사회의 소망에 어긋나는 미사일 발사와핵실험을 더이상 하지 말도록 요구했다”고 말했다.

인민망은 왕 부장의 이런 요구에 대해 리 외무상이 어떻게 답변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의 그간 태도로 볼 때 리 외무상이 중국의 이번 안보리 제재 참여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북한은 지난 5일(현지시간) 만장일치로 통과된 새 대북제재로 주력 수출품인 석탄 수출길이 전면적으로 막히고, 그나마 팔리는 수출품이었던 수산물에도 판로가 차단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국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이 북한에 직격탄이 될 미국의 대북원유 공급 중단 요구를 끝내 막아냈다고는 하나, 이번 안보리 대북 추가제재는 중장기적으로 북한 경제의 숨통을 막게 될 조치들이 대거 포함됐다는 점에서 중국에 실망감은 물론 배신감까지 느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으로선 이번 안보리 제재 결의가, 이전 것과 비교할 때 단기간 내에 ‘합의’된 데 대해서도 불만을 품을 만하다.

안보리 제재 논의 과정에서 중국은 북한을 ‘비호’할 목적으로, 이런 저런 트집을 잡아 회의를 지연시켰음은 물론 막판에 가선 상임이사국으로서 거부권을 행사하기까지 했으나, 북한의 1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이후 33일 만에 채택된 데는 중국이 충분히 방어하지 않았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동안 외신보도를 종합해보면 중국은 북한의 1차 ICBM 발사 도발 이후 나름대로 ‘북한 보호’ 노력을 하면서 시간을 끌어왔으나, 지난달 28일 북한이 2차 ICBM 발사 도발을 강행하자 중국으로서도 더 버틸 명분이 없었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안보리의 대북 추가제재 결의와 관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단일안으로는 가장 큰 대북 경제 제재 패키지”라고 표현할 정도로 만족감을 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기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자신하는 기색이 역력해 보인다..

중국 관영 매체들도 새 대북제재 결의 채택은 안보리가 북한 도발에 대한 규탄과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포기에 일치된 의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신화통신과 글로벌 타임스 등은 이번 결의가 만장일치로 통과된 것은 북한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도 이날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개발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으로서도 이번 안보리 제재조치가 북한에 큰 압박이 될 것으로 인식하고 있음이 드러나 보인다.


이는 거꾸로 해석하면 북한으로선 매우 아픈 조치가 될 것이고, 그런 이유로 북중 관계의 균열을 점칠 수 있다.

북중 관계는 지난 4월 미·중 마라라고 정상회담에서 양국 ‘대북 공조’의 흐름이 형성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북한은 지난 5월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이례적으로 중국을 직접 거론하며 중국이 북·중 관계의 ‘붉은 선’(레드라인)을 넘어섰다고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할 정도였으며, 그 이후로 지속해서 북중 관계는 경직돼 왔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가세한 이번 안보리 대북제재는, 북한에 포괄적으로 경제적압박을 주고 돈줄을 차단한다는 점에서, 이를 이유로 북중 관계를 급냉시킬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북한의 대(對) 중국 주요 수출품인 석탄은 그동안 상한선(연간 750만t 또는 4억87만 달러) 제재였다가 이번에 전면 중단‘으로 상향됐고, 중국시장을 바탕으로 외화벌이의 주요 수단이었던 수산물 수출이 막혔다는 점에서 북한의 경제적인 위기감은 극대화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이번 결의는 미국이 주도한 측면이 강하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중국이 미국에 공조해 주요 외화벌이 통로를 막았다는 점에 대해 강한 불만을 품을 것”이라며 “북·중 관계가 이미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결의가 통과되면서 양국 관계가 역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미국은 정책전환을 해야 한다‘는 제목의 기명 논평을 통해 “미국이 핵 방망이와 제재 몽둥이를 휘두르며 우리 국가를감히 건드리는 날에는 본토가 상상할 수 없는 불바다 속에 빠져들게 될 것”이라고 미국만을 강력히 비판했다. 당장은 북한이 중국에 대한 비판을 피했지만, 이번 안보리의 제재가 중국의 ’가세‘로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북한은 외교채널 등을 통해 중국에 강한 불만을 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munja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