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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잇단 도발에 국제외교무대서 '왕따'된 리용호 北 외무상…ARF 만찬서 ‘쓸쓸’
-국제사회, 北 도발에 ‘냉담’…만찬 앞두고 자리 계속 바뀌어

[헤럴드경제(필리핀 마닐라)=문재연 기자]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환영만찬이 열린 마닐라 ‘몰오브아시아’ 아레나에서 북한을 향한 국제사회의 냉엄한 시선이 확인됐다.

6일 ARF 환영만찬 직전까지 주최측은 만찬 자리배치를 계속 바꾸었다. 전체적 분위기를 고려해 그런 것도 있지만, 참가국 장관들이 리용호 북한 외무상 옆에 앉고 싶어하지 않았다고 외교소식통은 전했다. 리 외무상은 당초 중국과 캄보디아 외교장관 사이에 앉기로 돼 있었으나 정작 스위스와 우호국인 캄보디아 사이로 자리를 옮겨 앉았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리 외무상과 21칸 떨어진 곳에 앉았다. 


이날 만찬에서는 다른 외교장관과 어울리지 못하고 리 외무상에 시선이 쏠렸다. 아세안(ASEANㆍ동남아국가연합) 외교장관들이 대(對)북한 성명까지 발표해 국제사회의 비난목소리가 높아진 상황에서 리 외무상에게 인사를 건네는 외교장관은 아세안의 부분대화상대국인 스위스 장관뿐이었다. 그것도 의례적인 인사를 하고 잔을 부딪쳤을 뿐이었다. 이외에 리 외무상에게 적극적으로 말을 걸거나 다가서는 사람은 취재진에 포착되지 않았다. 올해 연쇄 아세안 회의 개최국인 알란 카예타노 필리핀 외무장관이 각국 장관들과 악수할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카예타노 장관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나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길게 대화하며 악수를 나눴다. 하지만 리 외무상과는 짧게 악수만 했다. 대화상대가 없었던 리 외무상은 만찬장에서 가벼운 미소를 띤 채 주로 정면을 응시했다.

ARF 회의를 앞두고 북한의 외교적 고립은 예상된 일이었다. 리 외무상이 마닐라에 도착하기 직전인 5일 아세안 외교장관들은 북한 돕라에 “엄중한 우려”를 표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는 북한의 주요수출품인 석탄의 수출을 전면금지하는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안 2371호가 채택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현재 북한은 사면초가이자 고립무원에 놓인 상황”이라며 “필리핀을 포함한 아세안 국가들은 ARF 계기로 리 외무상에게 ‘한국의 베를린 구상과 대화 제안에 호응하지 않으면 고립무원의 상황은 계속될 것이다’라는 취지의 말을 전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고립무원에 놓인 북한의 상황은 지난해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개최된 ARF 때보다 훨씬 외롭고 고독했다. 적어도 지난해 라오스에선 리 외무상이 왕 부장과 같은 비행기를 타고 같은 숙소에 머무는 등 친밀함을 과시했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해 두 차례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시험발사 등 도발을 거듭하면서 중국 등 북한에 우호적이었던 국가들 모두 북한에 등을 돌렸다. 말레이시아와 ‘인질외교’까지 벌였던 김정남 암살사건도 아세안 국가들이 북한에 등 돌리는 데에 한몫한 것으로 평가된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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