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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육부ㆍ교육청, 교사 수급 실패 책임 떠넘기기”…분노한 초등 예비교사들
-서울교대ㆍ이대 초등교육과생 700여명 반발
-조희연 교육감 면담서도 임용 급감에 항의
-“기간제, 정규직 전환과 맞물렸나” 의구심도

[헤럴드경제=신동윤ㆍ김진원 기자]내년 공립 초등학교에서 임용하기 위해 선발하는 교사수가 전년 대비 급감하며 임용고사를 준비 중이던 예비교사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4일 교육계에 따르면 임용고시생들이 몰려 있는 서울ㆍ경기 등 수도권에서 2018학년도 공립 초등학교 교사 선발예정 인원이 대폭 축소되며 파문이 갈 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지난해 사전 예고 당시 846명이던 초등 교사 선발예정 인원이 불과 1년만에 1/8 수준인 105명으로 줄었다. 2014학년도부터 2016학년도까지 각각 990명, 572명, 922명 등을 선발해왔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수치다.

4일 오전 서울교육대학교 및 이화여자대학교 초등교육과 소속 700여명의 학생들이 2018학년도 공립 초등학교 교사 선발예정 인원 급감에 항의하며 서울 종로구 서울특별시교육청 정문 앞에 모여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사진=신동윤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이 같은 교육당국의 발표에 항의하기 위해 이날 오전 8시 30분부터 서울교육대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 초등교육과 소속 700여명의 학생들은 서울 종로구 서울특별시교육청 정문 앞에 모여 교육당국의 처사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교대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초등교사의 양성이란 설립목적 아래 교원수급계획에 따라 신입생 선발 인원을 조정해 온 서울교대의 학생들로서는 졸업생 중 80%가 불합격할 수 밖에 없는 선발인원은 어떤 이유로도 설명되지 않는다”며 “교원수급정책의 실패를 교육부와 교육청이 인정하고, 대책을 세우는 동시에 잘못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화여대 초등교육과 학생회측은 “졸업생수가 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선발 인원을 크게 감축한다는 것은 교원수급정책의 실패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며, 교원 수의 감축이 불가피하다면 장기적인 정책을 통해 교원 수급을 조절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라며 “청년일자리 창출과 교원 증원에 대한 약속을 어긴 현 정부가 예비교사들에게 전가하고 있는 부당한 책임에 대해 저항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오전 10시부터 개최된 서울교대 학생 대표단과 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감 간의 면담에서도 예비교사들의 격앙된 모습은 가라앉지 않았다.

4일 오전 서울교육대학교 및 이화여자대학교 초등교육과 소속 700여명의 학생들이 2018학년도 공립 초등학교 교사 선발예정 인원 급감에 항의하며 서울 종로구 서울특별시교육청 정문 앞에 모여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사진=김진원 기자/jin1@heraldcorp.com]

면담에 앞서 지난 3일 오후 서울교대에선 많은 학생들이 모여 김경성 서울교대 총장으로부터 조 교육감과의 면담 결과에 대한 설명을 듣고, 학생들의 공식 입장을 정리하기 위한 긴급 회의가 열리기도 했다.

서울교육청이 학생수 감소와 더불어 박근혜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이 맞물려 교육부의 요구로 선발인원을 수요인원보다 확대 채용해온 것이 맞물린 결과라 해명했지만, 학생들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특히 임용고시생들 사이에선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임용절벽’에 최근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발표로 불거진 기간제교사와 스포츠전문강사(스전강), 영어전문회화강사(영전강) 등의 무기계약직ㆍ정규직 전환 여부가 이번 선발예정 인원 산정에 영향을 준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널리 퍼져있다.

올해 임용고시를 볼 예정인 서울교대 4학년 박모(23ㆍ여) 씨는 “과거 영양사가 영양교사로 채용되고, 영전강이란 제도가 처음 도입됐을 때도 임용 규모가 대폭 감소하는 등의 경험이 이미 축적돼 있다보니 교대생들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금 정부에선 비정규직을 없애는 ‘결과의 평등’에만 집착하고 있는데, 진정한 평등은 임용고시라는 기회를 제공받아 공정한 경쟁을 거쳐 선발되는 ‘과정의 평등’”이라고 강조했다.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대학교 내 총학생회 게시판에 붙은 대자보를 바라보는 학생들의 모습. [출처=독자제공]

또 다른 임용고시 준비생인 대구교대 4학년 김모(23ㆍ여) 씨는 “여전히 학교 현장에선 교사 1인당 학생수가 많은 곳이 수두룩한데다, 학령인구가 감소함에도 불구하고 보육교사나 유치원 교사는 증원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이처럼 교육당국의 해명으로 납득이 되지 않다보니 ‘비정규직 제로’라는 정부의 목표 달성을 위해 죄없는 지금의 교대생들이 희생되는 것이란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육당국의 처사에 항의하기 위해 학부모들도 학생들과 자리를 함께했다. 딸이 서울교대에 재학중이라는 학부모 J(50ㆍ여) 씨는 “왜 열심히 하는 아이들이 역차별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 자리에 오는데 눈물만 났다”며 “교대는 그간 학령인구 감소를 감안해서 학생을 뽑아왔는데 이제와서 이렇게 공공일자리 창출을 한다는 이유로 열심히 하는 아이들이 피해를 봐야 하냐”고 하소연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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