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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용 “朴과 세차례 독대 때 기업 현안 얘기 안했다”
李, 구속이래 혐의 대해 첫 진술
“면담 당시 부탁할 분위기 아냐
그룹현안 자료 미리 준비 안해
합병은 미래전략실에서 한 일”


“제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말씀드린 건 없는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재용(49·사진) 삼성전자 부회장이 2일 법정에서 박근혜(65) 전 대통령과 독대 당시 상황을 처음으로 직접 진술했다. 박 전 대통령과 세 번 독대하면서 그룹 경영권 승계나 현안 관련한 대화를 한적은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진동)는 2일 뇌물공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부회장과 삼성 전현직 임원 4명의 공판을 열고 이 부회장의 피고인 신문을 진행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구속된 이래 처음으로 혐의에 대해 입을 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변호인단의 질문이 쏟아지자, 재판부는 2일 오후 11시 20분 재판을 종료하고 3일 이 부회장을 다시 불러 신문하기로 했다.

이 부회장은 그룹 경영권을 넘겨받는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도움을 바라고 측근인 최순실(61) 씨와 미르ㆍK스포츠재단 등에 433억 원을 뇌물로 건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날 법정에서 “독대 당시 삼성그룹 현안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눈 적 있느냐”는 특검의 질문에 “제가 말씀드린 건 없는 것으로 기억된다”고 말했다. 다른 기업들과 달리 그룹 현안에 관한 자료를 미리 준비하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특검팀은 세 번에 걸친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단독면담을 ‘청탁의 장’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도와달라고 청탁했고, 박 전 대통령은 대가로 미르ㆍK스포츠재단과 최 씨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최 씨 딸 정유라 씨의 승마지원을 요구했다는 논리다.

혐의에 대해 줄곧 침묵하던 이 부회장은 이날 법정에서 독대 당시 삼성그룹의 현안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다고 항변했다.

특검팀은 두 번째 단독면담(2015년 7월25일)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청탁이 오갔다고 봤다. 면담을 대비해 작성된 대통령 말씀자료에 ‘엘리엇 사태에서 드러났듯 헤지펀드 위협에 취약하다. 정부 임기 내 승계 문제가 해결되길 희망한다’고 적힌 점, 면담 이틀 뒤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수첩에 ‘삼성과 엘리엇 대책 지속적으로 강구’라고 적힌 점이 근거가 됐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이 이같은 말을 한 적이 없다”며 “그날 제가 부탁을 할 분위기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합병은 삼성물산ㆍ제일모직 두 회사와 그룹 미래전략실에서 다 한 일”이라면서 “합병으로 왜 삼성전자에 대한 제 지배력이 강화되는지 아직도 이해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3차 단독면담(2016년 2월15일)에서도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과 관련한 논의가 없었다고 진술했다. 독대 당일자 안 전 수석의 수첩에는 ‘금융지주회사’ ‘글로벌 금융’ ‘은산분리’라고 적혀있었지만, 이 부회장은 “면담장소에는 제가 있었다. 저런 얘기는 없었다”며 단호하게 부인했다.

이 부회장은 독대 당시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미르ㆍK스포츠 재단 지원이나 정유라 씨의 승마지원 관련해 들은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국내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 정 씨의 ‘공주승마 의혹’ 등을 당시 알지 못했다”며 박 전 대통령의 요구가 정 씨와 관련된 것인지 알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공범으로 함께 기소된 최지성(66) 전 미래전략실장도 2일 오전 진행된 피고인신문에서 “구설에 오르는 정도로 문제가 되면 제가 40년 넘게 한 사람이니 책임지고 물러나면 된다는 생각”이었다며 “정 씨의 승마지원을 이 부회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고도예 기자/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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