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SCA에 승소 판결 확정
‘외환은행 헐값매각’ 논란의 당사자였던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양도차익에 부과된 1700억 원대 세금을 돌려받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론스타의 벨기에 자회사 LSF-KEB홀딩스SCA(이하 SCA)가 남대문 세무서를 상대로 낸 ‘경정거부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대법원은 SCA가 서류상 회사에 불과하지만, 소송을 낼 자격이 있다고 보고 1772억 원의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항소심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지급명세서와 원천징수영수증에 기재된 소득자는 그 소득의 형식적 귀속자에 불과하더라도 과세표준과 세액의 경정(잘못을 바로잡음) 청구를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CA는 론스타가 설립한 회사로, 2003년 외환은행을 1조3800여억 원에 인수했다. 론스타 측은 2012년 외환은행 지분을 하나금융지주에 3조9156억 원에 매각해 수조 원대 시세차익을 올리고 국내에서 철수했다. 이후 과세당국은 SCA에 양도세 10%를 원천징수했다. 하지만 론스타 측은 SCA가 벨기에에 세워진 법인이기 때문에 한국-벨기에 조세조약에 따라 과세액을 전부 돌려받을 수 있다며 총 3876억 원의 세금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SCA가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세워진 서류상 회사이기 때문에 한-벨기에 조약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SCA 지분을 가진 투자자에게는 외환은행 매각을 통해 실제 이익을 받았는지에 따라 개별적으로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결론냈다. 이 논리에 따라 SCA에 투자한 버뮤다 법인 회사들은 세금을 내야 하지만, 지분 46%를 보유한 ‘론스타US‘는 미국법인이기 때문에 1772억 원을 돌려받게 됐다.
한-미 조세조약 16조는 자산의 매각 소득에 대해 상대방 국가의 과세를 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항소심의 판단도 같았다.
좌영길 기자/jyg9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