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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종교인과세, 총대 멘 정부·물러선 국회
‘이 세상에서 죽음과 세금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라 불리는 벤자민 프랭클린이 남긴 명언이다. 홀로 외딴집에 살지 않는 이상, 공동체에 속해 있는 구성원이라면 피할 수 없는 게 바로 세금이다.

최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세제개편안을 두고 논쟁이 한창이다. ‘죽음’만큼이나 민감한 사안인 만큼 정부는 ‘초고소득자 및 초대기업’을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부자들을 타깃으로 한 이슈몰이 때문에 크게 관심을 끌지 못한 것들 중 ‘종교인 과세’도 들어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입법에 대한 결정권을 지닌 국회는 보이지 않는다. 실무적인 부분은 당연히 행정부인 기획재정부가 추진한다 치더라도, 국회가 ‘초고득자 증세’ 이슈에는 전면에 나서 움직이는 걸 보면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알고 보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지역구 표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종교계는 정치인들 입장에서 글자 그대로 ‘성역’이기 때문이다. 한 중진의원은 “종교인 과세는 정당이나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며 “종교계를 건드리면 본전도 못 찾기 때문에 웬만해선 나서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소속 지역구에 대형 사찰이 있는 의원의 보좌관은 “특히 선거철이 되면 종교계의 힘이 막강하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종단을 이용해 조직적 압박이 들어오기도 한다”면서 “이런 문제는 정부가 전면에 나서고 국회는 반대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타협점을 잡는 게 가장 그림이 좋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종교인 과세에 대해 “준비는 됐지만 구체적인 계획과 만약에 하더라도 어떤 식으로 할지는 고민중”이라고 에둘러 말했다. 심지어 지난 2015년 12월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이 2년 유예돼 내년 초 시행으로 미뤄진 상황에서, 또 다시 2년을 미뤄 2020년까지 유예하자는 말까지 나온다.

종교계에선 의견이 갈린다. 진보 성향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지난달 25일 납세 의무에 종교인도 예외가 될 수 없다며 찬성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나 보수 개신교를 대표하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교회연합은 지난 4월 과세에 반대 입장을 보였다.

납세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본디 해야 할 일을 하면서 욕을 먹어야 할 이유도 없다. ‘종교인 납세’에 종교계와 기재부가 아닌 국회가 나서야 할 이유다. 

sagamo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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