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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쾌한 여름②]흉기난동ㆍ폭행…시비는 “뭘 봐”에서 시작된다
-경찰들 “여름철 ‘시선 시비’로 경찰서 찾는 시민들 많아”
-불쾌지수 높아…폭행사건 겨울철보다 2300건 이상 증가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1. 지난달 15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 부근 한 클럽에서 만취한 20대 남성이 깨진 소주병을 마구 휘둘러 손님 14명이 다친 사건이 벌어졌다. 이 같은 일을 벌인 박모(23) 씨는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박 씨는 테이블 위에 있던 빈 소주병을 깨뜨린 뒤 병목을 잡고 카운터로 이동하면서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목과 얼굴 부위 등을 찌른 것으로 밝혀졌다. 부상자 14명 중 11명은 박 씨가 휘두른 소주병 때문에 다쳤고, 3명은 주먹으로 폭행당했다. 특히, 박 씨와 가까이 있던 정모(27) 씨는 시비에 연루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왼쪽 목 부위를 찔려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다. 경찰 조사에서 박 씨는 “기분 나쁘게 쳐다본다”는 이유로 시비가 붙어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2. 지난달 22일 광주 광산경찰서는 동료를 때린 혐의(폭행)로 A(20)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조사결과 광주 광산구 한 병원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던 A 씨는 동료인 B(22) 씨가 자신을 기분 나쁘게 계속 쳐다본다는 이유로 멱살을 잡고 얼굴을 주먹으로 두 차례 가격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여름철 찌는 듯한 폭염이 연일 계속되면서 사람들의 불쾌지수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상대방을 바라보는 시선만으로도 시비가 붙고 싸움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2일 경찰에 따르면 열대야 등으로 인해 야외활동이 많아지고, 늦은 밤까지도 주점에 사람이 북적이는 여름밤이면 시선 처리로 인한 시비가 욕설이나 폭행 등으로 커지는 경우가 많다.

일선 파출소나 지구대 등에서 근무하고 있는 경찰관들은 이런 상황을 현장에서 실감하고 있다. 관할 지역에 주점들이 몰려있는 서울 A 파출소에 근무하고 있는 B 경사는 “여름철이면 무더위도 문제지만 습한 날씨 때문에 불쾌지수가 높아져 사소한 시비로 인해 발생하는 폭행사건이 크게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며 “당장 지난 주말에도 ‘왜 쳐다보냐’, ‘눈 깔아라’, ‘눈빛이 왜 그러냐’는 등의 이유로 시비가 붙어 파출소를 찾은 사람들이 꽤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파출소에 근무하고 있는 C 경사는 “파출소에서 당직 근무를 하다보면 큰 이유 없이 시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시비가 붙는 경우가 참 많다”며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비오듯 쏟아지는 날씨로 인해 사람들이 예민해지다보니 이런 일이 여름철에 많이 발생하는 듯 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1일 오후 8시 서울 지역의 불쾌지수는 82를 기록했다. 불쾌지수 80 이상은 모든 사람이 일상생활에서 불쾌감을 느낄 수 있는 매우 높은 단계를 의미한다. 이밖에 경기, 충청, 경상, 전라 지역 많은 곳에서 도 불쾌지수 80선을 넘는 곳이 많았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철(6~8월) 월별 평균 폭행 범죄 발생건수는 1만4627.7건으로 모든 계절 가운데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겨울철(1만2256건)에 비해서는 약 2300건 이상 폭력사건이 더발생했다. 또, ‘대검찰청 범죄분석’에 따르면 여름으로 갈 수록 성범죄를 비롯해 폭행, 주거침입죄 등의 범죄가 급증했다. 지난 2014년 기준 월 평균 1만~1만2000건이던 폭행 사건은 6~8월에 평균 1만3000건으로 다른 기간보다 1000건이상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범죄가 발생하는 때와 장소를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큰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윤호 동국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어떤 사람이 가해자로 돌변할 지 모르고,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사람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예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 이 범죄의 가장 위험한 부분”이라며 “가정이나 학교, 사회에서 장기적으로 교육을 통해 개개인이 충동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폭력에 노출되는 경우를 최소화해 현대인들이 잔인함과 폭력성에 둔감해지지 않도록 사회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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