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위안부 전문가 없는 ‘피해자 중심주의’ 위안부TF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피해자 중심주의에 입각해 위안부 합의를 면밀히 검토해 달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외교장관 직속의 ‘한일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검토 TF’(위안부TF) 위원들에게 위촉장을 수여하며 이같이 말했다. ‘피해자 중심주의’적 시각에서 위안부TF는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가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의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최대한 반영한 합의문인지를 검증해야 한다. 하지만 위안부TF 구성을 보면 실제로 위안부TF가 이 같은 정신을 토대로 하고 있는지 의심케 한다. 

위안부TF에서 오태규 전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은 위원장을 맡고 선미라 한국인권재단 이사장과 조세영 동서대학교 일본연구센터 소장이 각각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민간위원으로 김은미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 손열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황승현 국립외교원 교수, 백지아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장, 유기준 외교부 국제법률국 심의관이 포함됐다. 


이중 위안부 문제를 8~10년 이상 꾸준히 연구한 전문가는 전무하다. ‘피해자 중심주의’적 시각에서 12ㆍ28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에 중점을 두고 있는지 확인하려면 위안부 피해의 역사뿐만 아니라 국제인권법과 국제정치사와 각 국가들의 식민사회 보상구조, 여성학 등에 대한 이해가 두루 갖춰져 있어야 한다. ‘객관적 시각’을 위해 위원장에 비전문가를 인선하더라도 부위원장은 전문가로 임명했어야 한다.

조세영 소장은 한일관계 전문가로서 위안부 합의의 정치외교적 측면을 검증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때문에 위안부 합의 논의과정과 이행현황의 외교적 함의에 주목할 가능성이 크다. 선미라 이사장은 현재 한국인권재단 이사장직뿐만 아니라 법무법인 ‘한결’ 외국법자문사와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 위원을 겸직하고 있다. 2007년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연구용역으로 ‘미국의 군 복무 중 사망사고 조사과정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작성했지만 업무분야로는 기업인수ㆍ합병(M&A), 지적재산권, 개인정보 등으로 알려져 있다. 인권문제와는 거리가 먼 분야다.

민간위원도 마찬가지다. 양기호 교수는 조 소장과 마찬가지로 한일관계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위안부 피해’ 자체보다는 한일 간 역사논쟁 및 관계사 전문가로서 위안부 합의의 정치외교적 측면을 검증할 전문가다. 하지만 ‘인권’과 ‘명예회복’ 영역에서 두각을 드러내야 할 민간위원인 김은미 교수는 이전까지 국제개발협력 및 대외원조 전문가다. 김 교수는 개발도상국의 여성인권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도 진행한 경험이 있지만, 위안부 합의에서 드러난 식민지배국과 피지배국 관계에서 피해자 인권개선 여부를 검증해야 할 수 있는 ‘전문가’로 평가되기는 어렵다. 손열 교수도 양 교수와 마찬가지로 한일관계 전문가다.

외교부 부내위원인 황승현 교수와 백지아 소장, 유기준 심의관도 실무자로서 위안부 합의의 본질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보다는 구현방안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크다.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당초 위안부 합의의 여성인권ㆍ국제법적 측면을 검증할 민간위원으로는 2명의 여성 전문가가 내정돼 있었다. 하지만 위안부TF는 막판에 두 전문가를 최종명단에서 제외시켰다.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위안부TF 명단에 대한 지적은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재단(이하 정의기억재단)에서도 나오고 있다. 정의기억재단은 논평을 내고 “우려와 실망을 거둘 수 없다”며 “이번 검증 TF는 단순한 국제정치 또는 외교적인 측면을 검증하는 수준에서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면서 이같이 TF구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당초 한일 위안부 합의에서 위로금 ‘10억 엔’은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지급되는 현금은 그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피해자들에 대한 ‘복합적 인권침해’에 대한 최소한의 물질적 보상”이라는 인식 하에나온 것이다. 위안부 관련 일본정부의 문헌자료를 최초로 발견한 위안부 연구 전문가 요시미 요시아키 일본 쥬오대학 교수도 자신의 저서에 이같이 밝히고 있다.

한일 위안부 합의를 둘러싼 각 조항의 이러한 측면과 성격을 이해하려면 위안부문제를 둘러싼 국제사회적 연구가 어느 수준까지 이뤄졌으며, 그 피해를 국제법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보상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가 깊어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위안부 전문연구가는 “한일관계사를 전공한 역사학자나 위안부 전공자, 국제법 학자가 위원으로 구성됐어야 한다”며 “국제법 전문은 외교부 내에서 선정하고 민간위원은 한일관계 전문가 외에 여성학자나 국제법학자가 없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munja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