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공원 여름 대비 질서확립 대책 실시했지만 -휴지통 확대ㆍ단속원 투입도 밤이면 ‘무용지물’ -시민 “열 식히러 나왔다 더 열받고 간다” 분통 -서울시 “결국 시민의식 바뀌어야 해결될 문제”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쓰레기 무단 투기요? 휴지통도 늘었고, 단속요원도 더 투입됐습니다. 그런데도 밤만 되면 누가 그렇게 버리는지….”

서울 한강사업본부 소속인 한 질서단속요원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사실 올 상반기만 해도 올해는 전년과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도 했다. 지난 1~23차로 이어진 촛불집회 간에 질서정연한 시민의식을 봤기 때문이다. 그는 “기대였을 뿐, 올해나 전년이나 달라진 게 없다”며 “온갖 수를 써도 근절되지 않아 요원들도 애를 먹고 있다”고 했다.

[무법천지 한강공원①] 단속원도, 휴지통도 늘렸는데…그날 밤에 또 버렸네
서울 광진구 자양동 뚝섬한강공원 안 놀이터에 온갖 쓰레기들이 버려져 있다.

사라지지 않는 쓰레기 무단 투기로 한강공원이 밤만 되면 몸살을 앓고 있다.

대비를 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서울 한강사업본부는 시민들이 11곳 한강공원에 몰리기 전인 지난 5월에 미리 질서 확립대책을 마련했다.

전체 휴지통을 기존 600여개에서 750여개로 약 150개를 늘렸고, 전단지 수거함도 눈에 띄는 모양으로 정비했다. 방문객이 많은 여의도와 반포, 뚝섬 한강공원에는 오후 4~10시 위생취약지역을 청소하며 불법행위를 살펴보는 야간 질서단속요원도 전체 5명에서 13명으로 모두 8명을 곳곳에 새로 배치했다.

본부는 이에 따라 올 여름철엔 오밤중 쓰레기 무단 투기가 눈에 띄게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얌체족’은 꿈쩍도 하지 않는 양상이다.

[무법천지 한강공원①] 단속원도, 휴지통도 늘렸는데…그날 밤에 또 버렸네

실제 지난 30일 오후 9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여의도한강공원을 찾아가보니 늦은 밤 무더위에 맞선 시민들로 붐빈 공원에는 곳곳 쓰레기가 즐비했다. 질서 위반행위를 알리는 표지판을 비웃는 양 잔디밭엔 비닐 봉지와 일회용 컵이 뒹굴었다. 시민 쉼터인 벤치, 다리 밑 그늘 공간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학생 이영선(24ㆍ여) 씨는 “발길 닿는 장소마다 쓰레기가 있다”며 “열을 식히려고 밤 산책을 나왔다가 열만 더 받고 간다”고 했다.

앞서 오후 7시30분께 찾아간 광진구 자양동 뚝섬한강공원에도 비슷했다. 공원 안 놀이터에 가까워질수록 악취가 풍겨왔다. 어둑해진 분위기를 틈타 누군가가 먹던 음식들을 슬쩍 두고 간 것이다. 주변에는 금세 벌레 떼가 꼬였다. 지나가던 시민들도 깜짝 놀라 물러섰다. 강아지와 산책을 나온 이준섭(44) 씨는 “곳곳 음식물 쓰레기를 피해다닌다고 진땀을 뺐다”며 “낮에는 그나마 괜찮아보였는데, 밤이 되니 영 딴판”이라고 말했다.

본부 측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한강공원 방문자가 지난 2006년 한 해 약 3500만명에서 전년 약 7000만명까지 매년 약 350만명씩 느는 상황에서 이 이상 휴지통과 질서단속요원을 늘린다해도 근절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 새 대책을 고심 중이다.

본부 관계자는 ‘결국 방문객도 바뀌어야 할 문제“라며 ”시민 주도 캠페인, 시민들과 같이 하는 환경 정화활동 등 시민의식 함양을 이끌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속 개발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