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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좌파 지원 축소, 우파 지원 확대’는 국정기조…직권남용 범죄 아냐”
-김기춘ㆍ조윤선 ‘문화ㆍ예술계 블랙리스트’ 재판 판결문 살펴보니
-재판부, “朴, 보고 받았을 개연성 크지만 범행 지시 인정하기 어려워”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법원이 지난 27일 박근혜(65) 전 대통령을 ‘문화ㆍ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공범(共犯)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이같은 법원의 판단 근거에 관심이 쏠린다.

박 전 대통령은 ‘문화예술계 좌파 지원을 줄이라’는 정책 기조를 제시했을 뿐,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정부 지원에서 배제한 범행은 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주도했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 황병헌)는 ‘문화ㆍ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연루돼 기소된 김 전 실장 등의 판결문에 “박 전 대통령을 공범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3년 9월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좌편향 문화예술계에 문제가 많다. 롯데와 CJ등 투자자가 협조하지 않아 문제다’고 말했다. 그해 12월 당 최고위원 송년 만찬에서는 ‘좌파들이 가지고 있는 문화계 권력을 되찾아와야 한다’고 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 발언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범행의 시발점이 됐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같은 증거만으로는 블랙리스트 범행을 지시하고 지휘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보수주의를 표방해 당선된 박 전 대통령이 ‘좌파 지원 축소, 우파 지원 확대’를 지시한 것이 헌법이나 법령에 어긋나는 것도 아니라고도 부연했다.

박 전 대통령이 문화예술계 지원사업과 관련해 직접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사실도 일부 인정됐다. 재판부가 인정한 사실을 보면,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5년 김상률(57) 교육문화수석에게 고등학교 은사가 보낸 편지를 전달하며 “‘창비’ ‘문학동네’와 같은 문예지는 예산이 증액됐는데 보수 문예지는 예산이 축소됐다. 문제를 해결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2015년 말에는 문체부 산하 공공도서관 등에 종북 성향 서적이 비치됐다는 보고를 받자 “그런 책이 단 한권도 비치돼서는 안된다”고 언급했다. 또 지난 2015년 4월 수석비서관들이 작성한 ‘문제단체 조치내역 및 관리방안 보고서’와 문체부 등에서 작성된 ‘예술위 책임심의위원 개선방안’ ‘부산국제영화제 예산 전액ㆍ반액 삭감 방안’ 등 내용을 보고받았다. 실무자들은 법정에서부산국제영화제의 지원금 전액 삭감 방안을 보고한 뒤 교문수석을 통해 ‘흔들림없이 추진하라’는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전달받았다고 진술했다. 특검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를 다룬 영화 ’다이빙벨‘이 상영된 뒤 지원금 삭감 조치가 이뤄졌다고 조사했다.

재판부는 이같은 내용을 근거로 “박 전 대통령이 문화ㆍ예술계 지원 배제 범행을 실행하기 전후 청와대나 문체부에서 작성된 보고서 내용을 직ㆍ간접적으로 보고받았을 개연성은 크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도 “일부는 요약된 서면보고 또는 더욱 간략한 대수비 보고자료 형식이라 박 전 대통령이 (블랙리스트 범행을) 승인하고 지시한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현재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블랙리스트 범행을 기획하고 총괄한 사람은 김 전 실장이라고 본 것이다.

한편 재판부는 최순실(61) 씨에 불리한 대한승마협회 감사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이유로 노태강 전 문체부 체육국장(현 문체부 2차관)에게 사직을 강요한 혐의에 대해서는 박 전 대통령을 공범으로 명시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노 전 국장을 사직시키라는 지시를 한 뒤 이행경과를 계속 보고받고 승인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최 씨의 입김으로 박 전 대통령이 노 전 국장 경질을 지시했다는 특검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나쁜 사람’이라고까지 하면서 인사조치를 지시한 데는 감사 결과에 대한 최 씨의 불만이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충분히 추인할 수 있다”면서 “노 전 국장의 사직을 요구한 건 인사 조치로부터 2년 이상 지난 후에 이뤄졌고 최 씨가 이를 요청했거나 개입했음을 인정할 증거가 전혀 없다”고 했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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