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은수 기자] 북한이 이번 달 들어 두 차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시험 발사를 감행한 것을 두고 일본의 북한 전문가들은 미국이 북한과 대화와 협상에 나설 것을 압박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또 북한은 미국에 대한 ‘대화 압박’을 극대화하기 위해 추가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내놨다.
이즈미 하지메(伊豆見元) 도쿄국제대 교수는 30일자 아사히신문에 “미국에 대한 북한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로스앤젤레스나 샌프란시스코에 도달하는 ICBM을 실전 배치하기 전에 자신들과 협상을 하라고 압박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이나 국제 사회가 선택할 길도 뚜렷하다”며 “불량배인 북한이 아무리 밉고 화나도, 북한이 바라는 체제 보장 등이 터무니 없다고 생각해도, 우선 핵ㆍ미사일 개발을 동결시키기 위해 협상을 시작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즈미 교수는 “(미국이) 핵ㆍ미사일 개발이 더 진전되는 것을 일단 막지 않으면 상황이 더욱 악화되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또 “중국은 북한의 핵ㆍ미사일 개발과 한미 군사훈련을 함께 중지하라고 요구한다”며 “이는 북한의 핵 문제는 북미 간에 해결해야 한다는 것으로, 중국이 진심으로 북한에 압력을 가하는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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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그래픽=이은경/pony317@heraldcorp.com] |
그는 “이런 의미에서 결국은 미국이 (북한과) 협상에 나서는 길밖에 없다”며 “일본도 북한에 대한 압력 일변도에서 벗어나 미국과 북한의 협상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히라이와 슌지(平岩俊司) 난잔(南山)대 교수는 같은 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북한은 미국과 대등하게 협상할 힘을 갖고 싶어한다. 지난 4일 미국 독립기념일, 이번 한국전쟁 휴전협정일에 (ICBM을) 발사한 것은 미국에 대한 메시지임이 틀림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은 미국이 군사행동을 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군사행동 여부에 대한) 방침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미사일 발사를 단행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은 미국이 협상에 응할 때까지 (핵ㆍ미사일) 개발을 계속할 것”이라며 “미국이 진지하게 나오지 않으면 한국을 지렛대로 삼으려 할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게이오(慶應)대 명예교수도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북한의 미사일 개발은 최종 단계에 들어갔다”며 “앞으로는 핵탄두 소형화 기술을 확립하기 위해 핵실험을 단행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은 협상을 시작하기 위해 비장의 카드인 핵실험을 언제 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가늠하면서 움직일 것”이라며 “결국 북한의 목적은 국제사회에서 핵 보유를 인정받아 김정은 체제를 안정시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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