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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ICBM 美 동부도 사정권”…’레드라인‘ 밟은 北 ‘한반도 위기의 8월'
[신대원ㆍ김상수ㆍ문재연ㆍ유은수 기자] 북한이 또다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감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미국 전문가들은 즉각 북한이 28일 발사한 IBCM급 미사일은 미국 서부해안은 물론 뉴욕, 보스턴과 같은 동부 주요 도시도 사정권에 들어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핵탄두 탑재 ICBM의 미 본토 타격 능력이 현실화되면서 북한이 넘어서는 안 될 ‘레드라인’(금지선)에 거의 다다랐다는 상황인식 속에서 종전과는 차원과 강도를 달리하는 전략적 변화가 가시화하는 양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밤 11시41분께 북한이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ICBM급으로 추정되는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를 도발하자 29일 새벽 국가안보회의(NSC) 전체회의를 소집한 자리에서 “이번 미사일 발사로 동북아 안보구도에 근본적 변화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이번 미사일 도발이 북한 문제를 바라보는 주변국의 기본 인식과 접근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꿔놓는 ‘게임 체인저’(국면전환)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사진=연합뉴스]

북한은 2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전날 밤 고각으로 발사한 미사일이 최대 정점고도 3724.9㎞까지 상승했으며, 998㎞를 47분12초간 비행했다고 밝혔는데, 이를 사실로 받아들일 경우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는 북한이 핵탄두를 장착한 ICBM으로 미국 본토에 핵 공격을 감행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기존 외교·안보 전략의 판 자체가 뒤흔들린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바꿔말해 북한의 미사일이 한국을 포함한 한반도 주변국, 나아가 미국에 대한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협으로 등장하면서 종전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전략적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이른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 입장에서는 ICBM이 온다고 하면 그대로 두고 보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서로 선택의 옵션이 점점 줄어드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통 핵실험이나 ICBM 같은 경우를 레드라인으로 추정하지 않느냐”며“ICBM이라고 하면 사거리와 재진입 기술, 탄두 중량, 정확성을 다 포함하는 개념인데 지금 발표 내용을 보면 거리상으로는 ICBM급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만약에 북한의 미사일이 ICBM으로 판명된다면 ‘레드라인’의 임계치에 온 것이 아니냐는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만큼 상황이 엄중하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이 레드라인에 근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 하에 우선 잔여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의 추가 배치라는 ‘결단’을 내렸다.

문 대통령은 주한미군의 전략자산인 사드 추가 배치 외 우리나라의 독자적인 제재 방안도 강구할 것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NSC 전체회의 마무리 발언을 통해 “필요시 우리의 독자적 대북제재를 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며 “단호한 대응이 말에 그치지 않고 북한 정권도 실감할 수 있도록 강력하게 실질적 조치를 다각적으로 검토하라”고 강조했다.

또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미국과 우리 미사일의 성능 강화를 위한 협상에 나설 것을 지시했다. 현재 우리 군의 미사일은 한·미 미사일 지침에 의해 최대 사거리 800㎞, 탄두 최대 중량 500㎏으로 제한돼 있다.미사일 지침 개정 방향은 사거리는 800㎞로 유지한 채 탑재 가능한 탄두의 무게를 1t으로 늘리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탄두 중량 500㎏의 미사일은 비행장 활주로 정도를 파손시킬 수 있는 위력을 갖췄으나 탄두 중량이 1t으로 증가할 경우 지하 10여m 깊이에 구축된 북한 전쟁지휘부 시설이나 벙커도 파괴할 수 있다.

미국의 움직임도 심상찮다. 미 공군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 이틀만에 ‘죽음의 백조’ B-1b전략폭격기 2대를 30일 한반도에 전개해 무력시위를 했다.

미 태평양공군사령부는 이날 B-1b전략폭격기 2대가 우리 공군과 일본 항공자위대와 각각 훈련했다고 밝혔다.

이날 미 태평양공군사령부는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B-1b전략폭격기 2대를 동해 일본영공으로 출격시켜 항공자위대와 훈련을 진행한 뒤, 한반도 상공으로 이동시켜 우리 공군 전투기인 F-15k 4대와 훈련했다. 테렌스 오샤네시 태평양공군 사령관은 “북한은 이 지역내 가장 엄중하고 긴급한 위협”이라며 “외교적 수단을 핵심이지만, 우리는 동맹국과 우리 국가를 최악의 시나리오로부터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즉각적이고 치명적이며, 압도적인 대응을 할 수 있다”며 지난 28일 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북한에 경고했다.

최근 북한의 도발 빈도와 수위가 높아지면서 미 측은 B-1b 전략폭격기 등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하며 무력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B-1b는 지난 6월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과 오토웜비어 사건 전후 2차례 우리 공군과 한반도에서 훈련을 실시했다. 지난 4일 북한의 첫 ICBM급 탄도미사일 도발 이후에도 B-1b와 우리 F-15K기 2대와 훈련을 실시했다.

미국의 B-1B 전략폭격기는 B-52 전략폭격기와 B-2 스텔스 폭격기와 함께 미국의 3대 폭격기다. 무장능력과 속도가 가장 뛰어난 폭격기로 북한뿐만 아니라 세계 주요국 모두 두려워하는 전략자산이다.

북핵·미사일이 미 본토에 대한 직접적 위협으로 한 걸음 더 다가온 상황에서 미국은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원유수출 차단, 북한의 노동자 해외 송출 차단 등을 담은 고강도 제재 드라이브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내달 초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등 계기에 대북 고립·압박 외교의 고삐를 당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북한은 이를빌미 삼아 추가 미사일 시험 발사 또는 핵실험으로 내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8월 하순 진행될 연례 한미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전후해 한반도의 긴장 지수는 급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추가 도발을 멈출 가능성을 전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우선 유엔 안보리를 중심으로 전개될 미중간 제재 논의는 북핵 프로세스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북한의 원유 수입 봉쇄 등 전방위 대북 제재안을 담은 패키지법이 미국 의회를 통과한 가운데, 미국은 안보리에서 중국이 고강도 대북 제재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대북 석유 수출 기업 등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에 대한 세컨더리 제재(제3자 제재)의 칼을 뽑아들 가능성이 작지 않아 보인다.

중국 압박을 통해 북한을 더욱 조이는 수준의 고강도 안보리 제재 결의가 도출될 경우 국제사회는 제재를 통한 해법의 최후 승부수를 던져보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러시아 사이의 전략적 경쟁 구도 속에 대북 제재 논의가 공전을 거듭할 경우 미국은 북한과의 협상 또는 군사적 옵션이라는 극단적인 양 갈래의 새로운 모색 앞에 서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지금은 결국 북한이 한계점까지 감으로써 미국이 북핵 해결을 위해 승부수를 던지느냐가 관건인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반도 정세는 당분간 북한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강대강의 대치 속에 ‘위기의 8월’을 맞이할 전망이다.

ye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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