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담배회사 ‘꼼수’로 금연정책 효과 못 내”<英 연구진>
-10년 간 프리미엄 브랜드 늘려 저가 브랜드 판매 유도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흡연률을 줄이기 위한 영국 정부의 담뱃값 인상 정책에, 거대 담배 회사들은 눈가리기식 인상책으로 흡연인구를 독려(?)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0년 간 프리미엄 브랜드를 늘리면서도 최저가 브랜드는 유지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유지해왔다는 지적이다.

29일(현지시간) SCI국제학술지 ‘니코틴 앤 타바코 리서치(Nicotine & Tobacco Research)’에 따르면 영국 킹스칼리지런던과 배스대학 연구진은 흡연자 6000명이 2002년부터 2014년 사이 지불한 담뱃값을 분석한 결과 이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담배회사들이 브랜드만 바꿔 흡연자들이 2002년과 같은 비용으로 담배를 살수 있게 하면서 흡연 인구를 유지해왔다고 지적했다. 가장 저렴한 담배 브랜드와 가장 비싼 브랜드의 가격차는 12년 새 2배에 달했다. 2002년에는 개당 12펜스였던 것이 2014년에는 23펜스까지 뛰었다. 2014년 기준으로 가장 비싼 담배는 한 값에 약 10파운드(1만4000원)였던 반면, 가장 저렴한 제품은 5.33파운드(약 7800원)에 불과했다. 

이처럼 가장 저렴한 제품과 가장 비싼 제품 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업계가 흡연자의 예산 감소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다양한 브랜드를 도입한 증거라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담배 회사가 프리미엄 제품을 활용해 저렴한 제품 판매를 보조하는 이 같은 관행은 ‘오버 시프팅(over-shifting)’으로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배스대학 연구팀의 로즈마리 히스콕은 “우리 연구는 담배 회사들이 프리미엄 브랜드에 대한 현저한 가격 인상으로, 수익과 저렴한 상품 유지 두 가지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연구는 영국에서 직접 말아피는 담배(roll-your-own tobacco) 이용 인구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준다. 2002년에서 2014년 사이 말아피는 담배 인구는 거의 2배로 늘었다. 특히 젊은층에서 인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담뱃값 인상에 따른 소비자 부담을 요인으로 꼽았다. 가장 저렴한 말아피는 담배는 10그램에 1.63파운드(약 2300원) 수준인데, 이는 20개피를 만들기 충분한 양이다.

이 같은 데이터를 토대로 연구진은 영국의 금연 정책이 흡연 인구를 줄이는 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보다 소비를 늘리지 않고도 담배를 필 수 있는 방법이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흡연인구 규모 변화가 거의 없었다는 설명이다.

킹스칼리지런던 연구팀의 티미아 파토스는 “담뱃값 인상이 흡연률을 줄이는 가장 좋은 억제책 중 하나로 알려져 있지만, 기존 상점에서 싼 제품 이용 범주가 확대된 것은 공중보건 캠페인을 저해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책 입안자들은 흡연자가 비용을 줄이기 위해 단순히 제품을 바꾸는 방식을 취하지 못하도록, 모든 유형의 담배 가격을 똑같이 인상하는 방식으로 담배 가격 규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ham@heraldcorp.com



사진=게티이미지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