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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한밤중 ICBM 2차 도발]김정은은 왜 심야에 자강도를 선택했을까
- 김정은 "임의의 ‘장소ㆍ지역ㆍ시간’에 ICBM 기습발사 능력과시"
- 심야 미사일 기습발사로 대비태세 교란…요격회피 의도
- 실전배치 자신감
- 정상각도 발사시 사거리 1만㎞ 안팎 추정…美 본토 타격 가능
- 김정은 “화성-14형 2차 시험 완전 성공...美 본토전역 사정권”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북한이 2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화성-14형’ 2차 시험 발사 시간을 한밤중(11시41분께), 자강도를 선택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이 언제, 어디서든 탄도미사일을 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하려고 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이번 미사일 발사를 참관한뒤 ”이번 시험발사를 통해 대륙간탄도로켓 체계의 믿음성이 재확증되고, 임의의 지역과 장소에서 임의의 시간에 대륙간탄도로켓을 기습발사할 수 있는 능력이 과시되었으며, 미 본토 전역이 우리의 사정권 안에 있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한밤에 당초 발사가 예상되던 평안북도 구성시가 아닌 자강도 무평리 지역에서 이번 시험발사가 이뤄진 것이 기습발사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임을 확인한 셈이다.
사진=연합뉴스

29일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은 어제 오후 11시 41분경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 미사일은 최고고도가 약 3천700km, 비행거리는 1000여km로, 사거리를 기준으로 할 때 화성-14형보다 진전된 ICBM급으로 추정된다고 합참은 설명했다.

이번에 발사한 ICBM급 미사일은 정상각도로 쏠 경우 1만㎞를 넘을수도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사거리가 약 1만㎞인 탄도미사일을 북한 원산에서 쏠 경우 시카고와 같은 미국 북동부 지역이 사정권에 들어간다. 워싱턴DC와 뉴욕 등 미국 동부 연안까지는 못 미치지만, 본토의 상당 부분을 타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자강도에서 ICBM급 또는 중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주로 평안북도 구성시 방현 일대와 철산군 동창리 일대에서 이뤄졌다.

미사일 발사 시험 시간대도 주로 미국의 저녁시간대인 오전이었다. 간혹 기상관계로 오후 시간대 발사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자정에 가까운 심야시간대에 전격 시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이 자강도에서 ICBM급 또는 중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군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

북한은 2014년 9월 자강도 일대에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한 적이 있는 데 당시 220여㎞를 비행한 신형 탄도미사일로 추정됐다.

발사 장소인 자강도 무평리는 전천군에 속한 행정구역이다.

전천군에는 장거리 미사일 기지인 ‘52기지’가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미사일 부대인 ‘전략군’의 중요기지 중 하나로 꼽히며 지하로 된 미사일 공장이 있는 곳으로 전해진다.

미국 제임스 마틴 비확산 연구센터의 제프리 루이스, 멜리사 핸엄, 앰버 리 연구원은 2014년 2월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 공동 기고문을 통해 2012년 처음 공개된 ICBM급 KN-08의 이동식 발사대(TEL) 조립 공장이 자강도 전천군 학무노동자지구에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전협정 체결 64주년을 앞두고 그동안 외신 보도에서는 평북 구성 일대에서의 미사일 발사 징후로 보이는 움직임이 주로 보도됐다.

그러나 구성 쪽에서 움직임을 드러내면서 실제로는 자강도 일대에서 준비를 해온 치밀함을 보인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마디로 ‘성동격서(聲東擊西)식’의 도발을 감행해 한미 군 당국에 피로감을 주려는 의도가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북한이 이례적으로 심야 시간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의도에 대해 한미 군 당국의 대비태세를 떠보거나 요격체계 가동시간을 교묘히 회피하려는 목적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이 심야에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일단 한미 군 당국의 대비태세를 교란하려는 의도가 강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사일을 심야에 발사해 요격체계 가동시간을 의도적으로 회피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미사일 발사 시간이 미국 현지시간으로는 오전이기 때문에 미국을 겨냥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군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이번처럼 심야에 미사일을 쏜 사례는 거의 드물다”면서 “한미 군 당국에 피로감을 주면서 대비태세를 교란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29일 “발사 시간을 야심한 한밤중으로 선택한 것이나 발사장소를 자강도로 한 것은 치밀하게 준비해 허를 찌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심야시간대 발사는 한미 정보자산의 감시를 피하고, 시차상 늦은 오전인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군수산업 시설이 많은 자강도에서 미사일을 발사한 것에 대해 “자강도는 앞으로 북한이 ICBM을 실전 배치할 경우 기지와 부대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라며 “이번 발사가 ICBM의 실전배치와도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밤늦은 시간을 택한 것은 미국 상원의 대러·대북제재 법안 통과에 대해 대미 맞대응 무력시위 모습을 보여주려는 전략이 담긴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자강도는 중국에 가까운 접경지역이다. 자강도에서 중국에 보란 듯이 도발을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또 미국이 상·하원에서 제재 법안을 통과시킨 점과 미국 동부의 오전 시간대라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전협정 체결일이 하루 지난 시점에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것은 정전협정의 불안정성을부각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다. 다분히 북한 나름의 논리가 적용됐으며 평화체제논의에 대한 압박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발사를 통해 ICBM 기술의 최종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시험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ICBM이 대기권에 다시 들어갈 때 발생하는 엄청난 열과 압력으로부터 탄두를 보호하고 목표 지점에 정확하게 떨어질 수 있게 하는 핵심 기술이다.

이를 확인하듯 북한은 ”28일 밤 대륙간탄도로켓 화성-14형 2차시험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면서 ”화성-14형은 최대정점고도 3천724.9㎞까지상승하며 거리 998㎞를 47분12초간 비행하여 공해상의 설정된 수역에 정확히 탄착됐다“고 29일 주장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정전협정 체결일인 지난 27일 ‘친필명령’으로 이번 시험발사 실시를 직접 지시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중앙통신은 ”실제 최대사거리 비행조건보더 더 가혹한 고각발사 체제에서의 재돌입 환경에서도 전투부(탄두부)의 유도 및 자세조종이 정확히 진행됐으며 수 천 도의 고온조건에서도 전투부의 구조적 안정성이 유지돼고 핵탄두 폭발조종장치가 정상동작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안정적인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음을 주장했다.

통신은 자강도에서 실시된 것으로 알려진 이번 시험발사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현지에서 지도했다고 전했다.

김정은은 ”이번 시험발사를 통해 대륙간탄도로켓 체계의 믿음성이 재확증되고, 임의의 지역과 장소에서 임의의 시간에 대륙간탄도로켓을 기습발사할 수 있는 능력이 과시되었으며, 미 본토 전역이 우리의 사정권 안에 있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한밤에 당초 발사가 예상되던 평안북도 구성시가 아닌 자강도 무평리 지역에서 이번 시험발사가 이뤄진 것이 기습발사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임을 확인한 셈이다.

그는 ”오늘 우리가 굳이 대륙간탄도로켓의 최대사거리 모의시험발사를 진행한 것은 최근 분별을 잃고 객쩍은(의미 없는) 나발을 불어대는 미국에 엄중한 경고를 보내기 위해서“라고 강변했다.

이어 ”미국의 전쟁 나발이나 극단적인 제재 위협은 우리를 더욱 각성 분발시키고 핵무기 보유명분만 더해주고 있다“며 ”우리 인민에게 있어서 국가방위를 위한 강위력한 전쟁억제력은 필수불가결의 전략적 선택이며 그 무엇으로도 되돌려 세울 수 없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전략자산“이라고 강조했다.

또 ”미국놈들이 우리의 거듭되는 경고에도 이 땅에 또다시 구린내 나는 상통(얼굴)을 들이밀고 핵방망이를 휘두르며 얼빠진 장난질을 해댄다면 우리가 지금까지 차근차근 보여준 핵전략 무력으로 톡톡히 버릇을 가르쳐줄 것“이라고 위협했다.

중앙통신은 이날 보도에서 ”대륙간탄도로켓 2차 시험발사를 통하여 지난번 1차 시험발사에서 확증되였던 발사대 이탈특성, 계단분리 특성, 구조체계 특성 등이 재확증됐다“며 ”능동구간에서 최대사거리보장을 위하여 늘어난 발동기들의 작업특성과개선된 유도 및 안정화체계의 정확성과 믿음성이 확증됐다“고 덧붙였다.

이날 시험 발사에는 리병철 노동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과 김정식 군수공업부 부부장, 장창하 국방과학원 원장, 전일호 당 중앙위원, 유진 군수공업부 부부장, 조용원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 등이 김 위원장을 수행했다.

shindw@heraldcorp.com



사진=조선중앙TV,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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